내 맘대로 도시를 만드는 게임 '시티즈: 스카이라인'. 주거·상업지역 지정부터 수도관, 도로, 발전소와 경찰서 등 자신이 시장이 돼 도시의 A부터 Z까지 일일이 만들고 관리하는 이 게임을 잘 풀어나가려면 다양한 시설을 지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만족도에 지하철역이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주거밀집지역 바로 옆에 역을 지으면 만족도 수치가 마이너스로 바뀌고 플레이어인 시장에 대한 지지도도 떨어진다. 서양에서는 지하철역이 '소음과 범죄의 온상' 정도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역세권'이란 말만 붙으면 금세 사람이 몰리는 한국 정서와는 정반대다.
우리나라 국민이 지하철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아예 아파트 이름에 역명을 붙이기까지 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위치나 입지여건을 가늠할 수 있고 특히 청약시장에서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월 분양한 '부산 온천장역 동원로얄듀크'와 '서울역 한라비발디 센트럴', 작년 12월 청약을 받은 '광명역 파크자이2차'에는 모두 단지 가까이에 있는 역 이름을 넣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단지 모두 최저 6대1에서 최고 35대1의 평균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모두 마쳤다.
이번달에도 역이름의 힘을 빌리려는 새 아파트가 줄을 잇는다. 하반기 개통하는 수서발 KTX인 SRT동탄역 이름은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2차'에 포함됐다. S
단지에 역 이름이 들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역세권이라고 믿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역세권'의 정의가 모호하다 보니 걸어서 20분을 가야 할 정도로 역까지 거리가 먼 곳도 적잖아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