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대신에프앤아이에 낙찰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용지 전경. <매경DB> |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틀간 한남동 670-1 일원 연면적 6만677㎡인 토지 30필지와 그 위에 있는 외인아파트 '니블로베럭스' 10개동(512가구)이 매각입찰 결과 최종 낙찰가 6242억원에 팔렸다. 낙찰자로 선정된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신증권이 주식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유동화증권이나 불량 자산을 인수해 처분하는 것이 주업무다. 당초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였다가 2014년 대신증권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바꿨다. 이번 토지 매입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242억원은 LH가 제시한 최저입찰가인 6131억원보다 111억원 더 높은 금액이다.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이라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당초 전망보다는 낮은 금액이지만 막판에 유찰 우려가 불거졌음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이번에 나온 물건은 한남동 670-1 일원 연면적 6만677㎡인 토지 30필지와 그 위에 있는 외인아파트 '니블로베럭스' 10개동이다. 1980년 당시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던 땅에 LH가 미군 기지 근무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짓고 2014년까지 임대해왔다. 국내 최고가 주택인 '한남더힐'과 한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 향후 한남더힐 못지않은 고급 주택가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LH가 연 현장설명회에는 대우·GS·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반도와 호반건설 등 중견사, 하나금융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을 포함한 금융사 관계자까지 참석해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리라는 예측과 달리 입찰에는 대신에프앤아이 한 곳만 참여해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가격과 고도 제한이 걸려 있다는 단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땅값이 3.3㎡당 3000만원을 넘는 데다 일시불로 납부할 경우 잔금 납부 기한인 10월 10일까지 불과 다섯 달 안에 6000억원 넘는 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토지 대부분이 용적률 200%를 적용받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고도 제한이 걸려 있어 실제로는 용적률이 160~17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개발을 해도 10층 이하 600여 가구밖에 못 짓는다.
실제로 당초 매입 의사를 밝혔던 중국 뤼디그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 역시 땅 매입보다는 향후 단순시공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으로 진행할 일반분양이 순조로울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한남더힐의 2차 분양 전환 물량 분양가격이 3.3㎡당 최고 8000만원 넘는 가격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향후 외인아파트 용지에 나올 새 아파트도 이 수준의 분양가를 매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가구 수 자체도 너무 적어 한남더힐 못지않은 최고급 초고가 주택으로 만들지 않으면 토지비를 뽑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일 본입찰이 예정된 동부건설 매각도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부건설 매각가는 2200억~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일 있었던 동부건설 예비입찰에는 유암코, 호반건설 등 9개사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유력 후보인 호반건설과 관련해선 업계에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호반건설이 자금력이 풍부하고 동부 인수로 우회상장이 가능한 점, 기존 주택 분야 비중을 줄이는 측면에선 동부건설 인수설에 힘이 실린다.
반면 호반건설이 최근 토목·플랜트 전문 울트라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호반건설이 울트라에 이어 동부건설까지 품에 안으면 도급 순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한남동 외인아파트 용지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