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을 맞아 누적 수주금액 7000억 달러(850조원)라는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해외PPP사업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한 지원책이 미비한 탓에 해외에서 국내 건설사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28일 해외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따낸 공사 수주금액은 119억9477만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210억8099만 달러의 57%에 불과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 지난해도 세계경제 침체 여파에 돈줄이 마른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 축소로 전년보다 30%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예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 대표적 석유 부국(富國)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난에 빠져 결국 25년 만에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우디 뿐 아니라 다른 중동국가도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추린 뒤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계약하지 않는 식으로 ‘단가 후려치기’에 나서면서 중동은 과거 국내 업체의 ‘수주 텃밭’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중남미와 아시아 등으로 진출국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지만 대부분 자본참여를 전제로 한 투자개발형 발주라 유럽과 일본 업체를 따라잡긴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려고 정부는 지난해 20억달러 규모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건의 실적도 없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 ‘자금줄’격으로 탄생했으나 투자를 집행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목표 수익률을 연 10% 선까지 요구하면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케이워터가 수주해 KDI의 예타 검토를 통과한 10억달러 규모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이 1호 투자 대상으로 검토되지만, 시공사에 국내사가 아닌 이탈리아 업체가 낙점돼 실제 투자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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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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