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코미디 한류’, 먼 얘기라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지도 모를 단어다.
지난 22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김영철이 호주의 멜버른 코미디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외국인 관객들로만 가득 채워진 무대 위에 올라 “한국의 코미디언”이라 소개하는 김영철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하기 충분했다.
이처럼 해외 무대에 오르는 코미디언들이 최근 1~2년 새에 부쩍 늘어 눈길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와 우리나라의 콩트형 코미디는 웃음 포인트가 매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코미디의 해외 진출’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은 ‘한국 코미디 DNA’와 해외 코미디 무대를 융합해 새로운 코미디들을 선보였다.
가장 유명한 ‘해외 진출 코미디언’으로는 옹알스 팀이 있다.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 등으로 이뤄진 옹알스는 지난 2007년 KBS2 ‘개그콘서트’에서 시작했으며, 옹알이를 기본으로 몸 개그, 마임, 저글링, 비트박스 등을 합쳐 만든 넌버벌 퍼포먼스 팀이다.
옹알스 팀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해시키는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착안, 해외 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2010년, 2011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높은 평가를 받았고, 2012년 영국 템즈 페스티벌, 2014년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에 연이어 참가했다.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는 첫날 매진에 90% 관객 점유율을 기록해 현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옹알스 팀은 지난 18일에는 한국 코미디 공연으로는 최초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날 2천 석이 넘는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 12회 시드니 코미디페스티벌 개막 갈라 공연에 초청돼 참가하게 된 것. 특히 시드니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11개국 220개 팀 중 15개 팀만이 초청되는 갈라쇼라 더욱 의미가 깊다.
↑ 사진=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받고 있는 옹알스 |
이에 대해 옹알스의 조준우 대표는 “여러 팀이 개막 갈라공연 무대에 섰기 때문에 리허설을 꼼꼼히 하지 못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현지 신문들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상태인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방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옹알스 덕분에 한국 코미디는 더욱 활기차졌다.
박성호, 김재욱, 김원효, 이종훈, 정범균으로 이뤄진 쇼그맨 팀은 해외 교민들을 위한 다양한 무대를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2월 한국 코미디언 그룹 최초로 미국 투어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LA, 뉴욕, 시카고, 아틀란타, 휴스턴, 달라스를 돌며 투어에 나서고, 오는 6월 호주 시드니, 멜버른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들은 KBS2 ‘개그콘서트’의 ‘큰형님’들이다. 이들은 ‘해외 진출’의 의미보다는 해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해외 교민들을 위한 위로 차원의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 코미디언 최초 미국 투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의의가 있다. 미국 투어를 통해 다양한 해외 문화를 접하고 이를 한국 코미디와 융합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 사진=쇼그맨 뉴욕 공연 당시 모습 |
박성호는 이에 대해 “우리가 미국 투어를 하는 첫 코미디언인 만큼, 미국의 교민들은 가수 공연은 많이 접해도 개그맨 공연은 TV 속 이외로는 경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개그맨의 개그는 TV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래도 ‘필터링’이 없다 보니 생동감이나 애드리브,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해프닝 같은 게 포함돼 재미가 배가가 된다. 그런 개그 공연을 한 차례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힘도 드리고, 웃음도 드리고, 개그의 에너지도 전달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무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철은 지난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것처럼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 도전했다. 평소 영어를 열심히 했던 김영철은 염원했던 해외 코미디 무대에 서게 됐다. 그는 ‘사우스 코리아’ 애드리브와 김정은 애드리브를 준비했다. 그는 매니저 없이 현지에서 옹알스 팀을 만나 무대 적응을 해갔다. 김영철은 “이 무대에 서기 위해 10년 동안 영어를 공부했다”고 말하며 해외 무대에 선 감격을 드러냈다.
김영철은 한국에서는 코미디 무대보다 예능 때문에 더욱 바쁜 인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미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15초 개그’라는 코너를 매일 해왔다. 즉석에서 코미디를 짜고 15초 동안 진행되는 코미디 영상을 게재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영어 공부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해외 관객들에 통할 만한 코미디 요소를 수집하며 노력해온 성과를 이번에 보게 됐다.
↑ 사진=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
이외에도 다양한 코미디언들이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드립걸즈 시즌4’에 출연한 안영미는 “해외 진출을 하고 싶고, 당장 일본에 가서도 통할 것 같다. 한국의 개그 위상을 보여주고 싶다. 제가 하는 ‘가슴댄스’만 하더라도 미국 리액션 영상을 보면 정말 놀라워한다. 미국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 부산코미디페스티벌은 코스켓이란 팀을 자체제작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옹알스 팀을 벤치마킹한 넌버벌 퍼포먼스 팀인 코스켓은 농구 프리스타일 장르와 개그를 접목한 공연을 펼치는 팀으로,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팀을 결성해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이끌었다. 이처럼 코미디언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