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정봉이인 듯 정봉이 같지 않은 매력이 폭발한다. 말투와 행동하는 게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다.
'응팔'의 여운을 즐기는 이는 물론, 꼭 그 매력을 몰라도 안재홍의 연기에 웃음 짓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 속 배우 안재홍은 그 자체로 웃음 핵폭탄이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고등학생 고환(류덕환)은 유일하면서도 위대한 소원을 친구들에게 말한다. 여성과의 잠자리다. "아이로 죽을 순 없다. 남자로 죽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한다. 이 소원을 접수한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은 사방팔방 다니지만 쉬울 리 없다.
안재홍은 고환과의 관계에서, 또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다니는 과정에서 유머를 장착해 발사한다. 여학생들에 수차례 따귀(그것도 정말 강하게)를 맞는 건 기본이고, 속옷만 입고 거리를 활보해야 한다. 뭔가 부족한 듯한 말투와 행동은 어찌나 자연스럽게 다가오는지 말할 때마다 피식거리게 한다.
물론 안재홍 혼자서만 이룬 웃음 포인트는 아니다. 류덕환과 김동영이 함께한 호흡도 주요했다. 또 코믹한 모습을 절대 찾아볼 수 없던 배우 전노민이 고환의 아버지를 맡아 세 청년 배우와 환상의 팀 플레이를 펼친다.
아버지에게 얻어터져 눈이 충혈된 갑덕이 바라보는 시선을 빨갛게 처리하는 등 남대중 감독의 허를 찌르는 연출 전략도 관객을 만족시킨다. 특히 B급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들이 즐거워
고등학생이 원하는 게 성매매이고, 이를 아버지가 도와준다는 설정이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나 영화는 그 목적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친구들의 우정과 가족의 사랑이 우선이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으나 적당한 선을 지켰다. 물론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를 순 있다.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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