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배우 오연서가 꼭 맞는 옷을 입었다. 비련의 여주인공도, 섬뜩함을 안겨주는 악역도 아니었다. 그의 연기력은 김수로가 빙의했을 때 빛을 발했다.
오연서는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한기탁(김수로 분)이 역송 체험으로 환생한 한홍난 역을 열연했다. 그는 죽기 전 사랑했던 톱스타 송이연(이하늬 분)의 매니저가 되어 자신이 죽기 전 틀어진 일들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홍난은 드라마 중반부 함께 역송체험을 한 이해준(정지훈 분)의 아내 신다혜(이민정 분)가 자신의 잃어버렸던 동생임을 깨달았다. 졸지에 두 여자를 지키게 된 그는 결국 자신의 마지막 생명까지 희생했다.
↑ 사진=웰메이드 예당 |
Q. ‘돌아와요 아저씨’가 끝나자마자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다.
A.“영화 때문에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남자 여자로 변한거라서 최대한 여성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머리를 붙였던 거예요. 중간에 머리를 한 번 자르자고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자분들은 역시 긴머리를 좋아하실 것 같더라고요.(웃음)”
Q. ‘돌아와요 아저씨’를 찍으며 힘든 부분이 있었나
A.“몸을 너무 많이 써서 늘 근육통에 시달렸어요. 액션도 그렇고 코믹도 그렇고요. 그래서 몸이 너무 힘든 배역이어서 근육 이완제를 들고 다니면서 먹었어요.”
Q. 김수로의 영혼을 오연서의 몸으로 연기했다. 나름 참고하거나 도움받았던 게 있는가
A.초반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믿게 해줘야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100%는 아니지만, 몸짓이나 웃음소리나 말투? 이런걸 많이 ᄄᆞ라했어요. 다행히도 수로오빠가 1부를 미리 찍어놨어서요. 그걸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ᄄᆞ로 만나서 녹음도 해주시고, 그전에 하셨던 드라마나 영화같은 거 보면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나중엔 막 했어요.(웃음)
Q. ‘돌아와요 아저씨’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게 참 힘들었거든요. 늘 깍쟁이 인 것 같고 고생안한 것 같고, 뭔가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뭔가 사릴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해서 그걸 완화시켜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그래서 ‘왔다 장보리’도 했던 거거든요. 이번 것도 그런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봐요. 저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앞으로도 이런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저도 하면서도 재밌었어요. 워낙 코미디를 좋아해요. 그리고 지훈 오빠와 합이 좋아서 신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 사진=웰메이드 예당 |
Q. 동시간대 방송된 KBS2 ‘태양의 후예’의 인기 때문인지 시청률이 다소 아쉽다. 아쉬운 점은 없나.
A. “별로 없었어요. 워낙 대작이었고, 전부터 어느 정도 마음에 담아두긴 했어요.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작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내려놓으려 했죠. 시청률은 제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대본 문제도 아니고, 그냥 하늘의 뜻? 같아요. 워낙 좋은 작품이라 잘됐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도 시청률이 안 나와서 힘들어한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나름의 화제성은 있었던 것 같아요.”
Q. 엔딩에서 결국 한홍난이라는 인물이 소멸된다. 아쉽지 않았는가.
A. 소멸이라는 게 슬프기도 했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한기탁이라는 인물이 다 퍼주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이 소멸하지 않으면 너무 적들이 많았고 다른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봐요. 저였다면 힘들었겠지만 한기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나중에 방송으로 제 사진이 사라지는 걸 보니까 슬프더라고요.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제일 슬픈 거잖아요. 그렇지만 정말 기탁스러운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 회에서 이하늬와 키스신이 있었다. 어떤 기분으로 촬영했나
A. 이상하진 않았어요. 하늬언니랑 하는 거는 워낙 감정신이 많아서요. 되게 삼각한 상황이기도 했고요. 사실 뽀뽀는, 그때 제 손에다가 한 거였어요. 가깝게 다가가긴 했지만요. 언니랑은 확실히 멜로로 만나다보니 저도 모르게 애틋해지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워낙 코믹한 연기가 많다보니 애드리브가 많았을 것 같다
A. 비 오빠랑 호텔 신에서도 오빠 얼굴을 제가 미는 것도, 발라당 뒤집어지는 것도 모두 대본에 없었어요. 대사보다 행동으로 하는 합이 많아서요. 오빠 벨트를 푸는 것도 오빠가 알려줬어요. ‘이거 잡고 이렇게 올려’ 하면서요.(웃음) 엉덩이 꼬집고 그런 것도 대부분 애드리브였어요.
↑ 사진=웰메이드 예당 |
Q. 비와의 호흡은 어땠나
A. “비 오빠가 웃음이 진짜 많아요. 그렇게 많이 웃는 사람 처음 봤어요. 웃음이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줄을 몰라요. 그래서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어요. 늘 배려가 많아요. 힘들고 피곤해도 티를 잘 안내요. 물론 당연히 피곤하겠죠. 저희 중에 가장 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늘 피곤한 기색도 없고 제가 짜온 것을 부탁했을 때 모두 받아줬어요. 오빠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스타였거든요. 늘 배려해주고 밝은 사람이니까 정말 더 멋있었어요.”
Q. 여자의 몸으로 남자를 연기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남자로서 뭔가 감정표현을 하고 연기를 하니 색달랐어요. 여자의 감정으로 멜로를 하는 것과 남자의 감정으로 멜로를 하는 건 다르더라고요. 확실히 남자들의 대사는 오글거리는 게 좀 많아요. 멋있는 척 하는 대사들, ‘울지마’ ‘다음번에 좋은 남자만나’ 이런 것들 있잖아요.(웃음) 그렇지만 정말 재밌었고 ‘남자들은 이 맛에 연기를 하는 구나’ 싶었어요.”
Q. 오연서가 ‘돌아와요 아저씨’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있다
A. “정말 감사해요. 열심히 해서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캐릭터가 워낙 독특해서 사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여자가 남자 역할을 하는 것 자체도 흥미로운데다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이기 때문에 싫어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지질하지도 않고요. 저도 하면서 시원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Q. ‘돌아와요 아저씨’ 종영 소감과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주자면
A. “많이 배운 것 같고, 늘 그런 거 같아요. 시원하기도 하고요.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작품만 하는 거잖아요. ‘그때 조금 더 잘할 걸’ ‘그때 조금 더 노력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작품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돼서 좋았던 것 같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