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연봉 많이 주면 안됩니까.”
지난달 말 뉴욕에서 만난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새로운 투자운용본부장(CIO)을 선발하면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어느 정도는 시장의 눈높이를 맞춰줘야 하는데 지금의 연봉 수준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은 사장이 밝힌 ‘KIC 투자사령탑’ CIO의 연봉은 기본급 1억5000만원에 성과급 1억5000만원을 더해 최대 3억원 정도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26만달러다. 세계금융의 중심지 미 월가에서 어느 정도 선일까. 월가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뉴욕에서 일하는 중견보험사 자산운용 인력 5~10년차가 25만~30만달러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뉴욕의 대형 투자은행(IB)에서 주요 위치에 있는 매니징디렉터(전무급)는 연봉 100만달러를 훌쩍 넘기기 쉽상이다.
연봉 3억원이라면 해외 금융권에선 눈씻고 찾아봐도 CIO급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서야 명예직으로 생각해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더라도 CIO를 역임하고 나면 공공기관 취업 제한에 걸려 바로 민간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점도 인재 확보의 걸림돌이다.
은 사장은 “CIO 등 KIC의 주요 임원들은 사장의 80% 선에서 연봉이 책정돼 있다”면서 “이런 수직적 연봉서열을 깨야 더 좋은 실적을 낼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급은 사장 보다 적더라도 투자 실적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더 키워 사장을 능가하는 보상을 안겨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연봉체계나 조직문화를 놓고 보면 KIC는 기자가 10년 전 출입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게 없다. 많은 논란 끝에 2005년 출범한 KIC는 ‘한국 위상에 걸맞는 세계 최고의 국부펀드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안고 출발했지만 그에 걸맞는 일류급 인재를 제대로 수혈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KIC 사장이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공공기관 1위에 올랐다는 기사에 ‘귀족 공기업’ 이미지로 눈총 받을까봐 숨죽이고 있을게 뻔하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숙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세계를 무대로 먹을 파이를 키워야할 국부펀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993년 신경영을 외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질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특히 가진 건 인적자원밖에 없는 한국에서 ‘사람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이 회장의 평생 소신이었다. 사람의 질이 일류가 돼야 제품과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