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한쪽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66)이 당장 떠나는 게 옳다고 본다. 등을 떠밀고, 손을 휘젓는다. 경기장 한 쪽에 내걸린 횡단막에 이렇게 적혔다. “추억은 고맙소만, 이제 떠나주시오.”
다른 한쪽은 그래도 지금의 아스널을 있게 한 명장에 대한 존중심을 요구한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이런 식으로 떠밀리듯 사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잖아?”
어느 쪽이 맞을까? 정답은 없다. 양쪽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을 향한 일부 팬들의 사퇴 요구.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벵거 감독은 19년째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다. 2000년대 초반 ‘무적의 팀’으로 리그를 제패한 뒤 지난시즌까지 11년째 리그에서 무관이다. FA컵 최근 2연패는 팬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올 시즌 우승 적기라고 여겼다. 기회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아스널의 모든 서포터즈들은 벵거 감독이 다른 누군가에 바통을 넘길 때라고 생각한다.” (왓포드와의 FA컵 8강전에서 패한 뒤, 아스널 독립 응원 협회장 로이스 랭턴)
일반 팬들의 반응이 궁금했는지, 팬 집단인 ‘아스널_월드와이드’는 14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의견을 물었다. “벵거 감독이 떠날 때라는 주장이 무례한 가요, 합당한가요?”
‘시즌을 마치고 판단하자’, ‘뭐가 무례해? 벌써 몇 년째 우승하지 못했는데’, ‘감독님 지금이 그 ‘시간’입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맨유 출신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자기 생각을 남겼다. “무례. 관심병자들의 의견 존중할 필요 없음.”
↑ 아스널은 13일 왓포드와의 FA컵 8강에서 1-2로 패했다. 망연자실해하는 선수들의 모습.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벵거 감독을 옹호한 베컴은 역풍을 맞았다. 벵거 경질론에 심취한 일부 팬들이 크게 ‘비공감’했다. 아스널 유스팀 출신이던 아들 브루클린 때문이냐는 둥, 남의 구단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둥. 아스널 팬들이 요즈음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통과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FC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8강 2차전이 남았다. 리그에선 한 경기를 덜 치르고 선두 레스터시티에 승점 11점 뒤진 3위다. 트로피 획득 확률이 ‘0’은 아니다. 벵거 감독의 말처럼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시즌이 끝날 때까진 선수단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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