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주식시장에서 에이디칩스가 인공지능 관련주로 꼽히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에스티로봇은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하는 등 시종일관 강세를 보이면서 17.2% 상승 마감했다. 유진로봇도 5.6% 올랐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응용할 수 있는 산업 영역도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도 인공지능이 화제였다. 로봇 전시공간이 지난해 전시회 대비 71% 증가하면서 20개 넘는 관련 업체가 인공지능 로봇을 전시했다. 현재 인공지능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는 기업은 에이디칩스와 디에스티로봇, 유진로봇을 비롯해 의료용 로봇 제조업체인 큐렉소, 영상처리 시스템을 보유한 이에스브이, 지능형 양팔로봇을 생산하는 푸른기술, 감성로봇 서비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등 시장 관심에 비해 기업 가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한 에이디칩스가 대표적인 예다.
에이디칩스는 지난해 1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해 지난달 5일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줄어들면서 136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실적 부진에 대해 "국내외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환율 하락에 따라 반도체칩 유통 부문 매출이 줄어든 데다 신규 사업이 부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업 내용도 인공지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매출 대부분이 반도체 유통에서 나온다. 리코 AKM 등 일본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데,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3분기 말 기준으로 회사 전체 매출 중 74%를 차지한다.
'인공지능 대장주'로 불리는 디에스티로봇도 실적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능형 로봇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출 대부분은 직각좌표로봇, 수평다관절로봇 등 제조업용 로봇이다. 애완 로봇과 공공서비스 로봇 등 지능형 서비스 로봇 매출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개별 기준으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64억3100만원인데, 이 중 지능형 서비스 로봇 매출은 3억2200만원에 불과하다. 2013년 18억5000만원, 2014년 10억3800만원, 2015년 3억2200만원(3분기 누적 기준) 등 매출도 매년 대폭 줄고 있다.
회사 측도 사업보고서에 "아직 시장 형성 초기에 불과해 민간 부문보다는 연구용 또는 전시용 위주 일부 공공기관 수요, 정부의 지능형 로봇 시범사업이 제품 수요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관련 영업 부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테마 역시 다른 테마들처럼 한순간에 재료가 소멸될 수 있으니 실적을 잘 따져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로봇산업은 소프트웨어가 약하고 알고리즘을 연구개발하는 기업도 드물다"며 "인공지능 수혜주로 거론되는 업체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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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