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김민석입니다. 최근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김기범으로 출연 중에 있습니다, 단결!(웃음) 요즘 많은 분들이 절 ‘김 일병’으로 알아봐주시는데 저는 막상 ‘태양의 후예’를 반 년 전에 찍어서 시청자의 입장이라 낯설어요.(웃음)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실 줄 전혀 몰랐어요.
◇ ‘태양의 후예’의 김 일병, 제겐 많은 걸 준 친구죠
‘태양의 후예’는 지난해 5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12월에 마쳤어요. 사전제작이 처음이라 찍을 때에는 답답했어요. 제가 하는 걸 볼 수가 없으니 ‘잘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고.(웃음) 하지만 다른 드라마보다 컷도 많고 해서 좋은 드라마, 느낌이 다른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김기범 일병을 맡으면서 감독님께서는 제게 ‘연습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연습하면 절대 안 된다고요. 1회 대본 보니 분량이 많아서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연습을 하고 싶을 때마다 감독님의 ‘연습 절대 하지 마!’라는 그 말 한 마디를 생각하면서 ‘현장에서 부딪히자’라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제 ‘날것’의 모습을 담고 싶으셨나 봐요. 불안할 때마다 저는 ‘그래, 나니까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걸 거야’라고 최면을 걸었죠.(웃음) 그래서 전 더욱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관심을 받아도 되나, 거품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하고요.
김기범과 제가 많이 닮았냐고요? 1회 때 ‘껄렁껄렁 소매치기’였을 때에는 비슷한 것 같은데 군대에 간 김 일병과는 안 닮은 것 같아요. 제가 ‘미필’이라 아직 군대를 잘 모르거든요. ‘다나까’ 쓰는 것도 어색했어요. 그래서 (송)중기 형, 진구 형 쫓아다니면서 많이 물어봤어요. 현장에서 저절로 ‘군기’가 딱 잡히더라고요, 몸에.(웃음)
◇ 정말 좋은 분들 만났고, 행복하게 ‘김 일병’으로 살았습니다
서 상사 역의 진구 형과 ‘케미’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신기한 건 1회에서만 붙는 장면이 많고 그 이후에는 진구 형과는 거의 안 붙어요. 그런데도 그 소리를 듣는다는 거예요. 아마 제가 알파팀에 있는 이유가 서 상사님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마음 속에 서 상사님을 품고 연기했어요. 그래서 그런 ‘눈빛’이 나온 것 같아요.
진구 형은 실제로도 서 상사님 같으세요. 중기 형은 동네 형처럼 장난도 많이 치시고요. 둘 다 장난기는 많은데 약간 ‘스타일이 다른’ 장난기에요.(웃음) 정말 절 많이 챙겨주셨어요. 중기 형은 한 컷이라도 제가 더 나오게 하려고 ‘내가 이렇게 해주면 넌 이렇게 반응해라’ 코치도 해주셨어요. 당시엔 정신이 없어서 그저 ‘넵, 넵’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그런 배려들이 정말 너무나도 고맙더라고요.
‘태양의 후예’에 중기 형이나 진구 형뿐 아니라 송혜교 누나, (김)지원이도 나오잖아요. 늘 상상만 했던 ‘송혜교, 송중기’ 이런 분들과 함께 출연하니 영광이었죠. 저 캐스팅이 이제 막 되려고 하던 찰나에 출연진 분들과 엠티를 갔어요. 마지막 관문인 셈이었는데, 송혜교 누나, 중기 형 다 앉아계시니 ‘나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렇게 2박3일 떠나서 대본 리딩하고 요리 해먹고 그랬어요.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는지 이렇게 김 일병이 됐답니다.
↑ 사진=김민석 인스타그램 |
요즘엔 정말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세요. 무엇보다 어르신들까지 저를 ‘아이고, 김일병!’이라고 알아봐주셔서 깜짝 놀라죠. 제가 굉장히 편하게, 막 다니는 스타일인데 불편해졌어요. 제가 ‘추리닝 단벌신사’인데 가끔 ‘옷을 사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웃음) 어르신 분들과 ‘태양의 후예’로 군대 이야기 하고, 제가 ‘단결!’ 경례 해드리면 정말 즐거워하세요. 제가 신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알아봐주시는 걸 보고 ‘태양의 후예’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촬영이 끝난 지는 꽤 됐는데 방송을 하고 있으니 김 일병이었을 때가 생각이 정말 많이 나요. 알파팀들 다 정말 보고 싶고요. 심심하면 형들, 누나들에 괜시리 전화하곤 해요.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죠. 촬영을 하고, 뒤늦게 방영이 되면서 저는 참 오랫동안 김 일병으로 살고 있잖아요. 애틋해요. 기분 좋고. 저절로 손이 ‘단결!’하고 올라가요.(웃음)
◇ 저의 슬럼프 ‘2년’, 독을 싹 빼는 시간이었죠
제가 2011년 Mnet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에 출연하고, 데뷔는 2012년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했어요. 그리고 2015년에야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죠. 공백이 꽤나 길었어요. 제가 그 당시에는 거칠고, 많이 어렸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마음만 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몰랐죠. 자꾸 ‘고꾸라지니’ 이제 군대를 다녀와서 새롭게 시작을 해야하나 싶었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임했던 2개의 미팅이 있었는데요. 그게 바로 ‘태양의 후예’와 ‘후아유’였어요. 시기가 딱 맞았죠. 2013년, 2014년엔 ‘어떻게 하면 내가 잘 될 수 있을까’하는 참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대본이 좋고, 내가 하고 싶고 하면 그냥 올인하면 되는 건데 다른 ‘짓거리’를 하고 살았더라고요.
그 2년의 공백에 저는 아르바이트 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오디션 계속 보고, 단편영화 찍고, 웹드라마 출연 자리 제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오디션 보고 참여하고. 전에는 못 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경험했죠. 가끔 제가 배우라는 걸 아는 분들이 ‘왜 이거 하냐’고 묻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난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지금에 와서 다시 돌아켜보면 전 처음에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주연 자리를 하니 뭔가 ‘독이 든 사과’를 빨리 먹은 기분이었어요. 이런 말 하면 굉장히 기고만장해보일 수 있겠지만요.(웃음) 그 독이 빠지기까지가 2년이 걸렸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조금은 ‘겉멋’든 게 있었는데 그걸 빼버리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꼭 있었어야 했어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요? 김민석 뒤의 관련검색어에 ‘스타병’이 아마 있었겠죠.(웃음)
◇ 가수 아닌 배우 돼 정말 100% 만족이에요
‘슈스케’ 속 저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중간에 탈락해서 기억 못하실 줄 알았는데.(웃음) 당시에는 가수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한창 보컬 레슨 받고 춤 연습 하고 있는데 ‘닥치고 꽃미남밴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갑자기 합류하게 된 거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덜컥’ 하게 된 거예요.
물론 드라마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도 배우가 되면 어떨까’ 누구나 생각 한 번 해보잖아요. 제가 그 상태였거든요. 대본을 볼 때에도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그야말로 현장에 가서 ‘부딪혔죠’. 그런데 하다보니 정말 재밌는 거예요. 현장에서 사람들을 ‘연기 대 연기’로 결을 맞춰가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두 가지를 함께 못 해요. 한 쪽으로 치우치면 치우친 쪽을 선택하죠. 연기로 제 선택이 기운 거예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가수를 ‘포기’한 거죠. 노래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정말 많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엔 제 실력이 ‘정말 잘 한다’는 그 수치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연기는 ‘마약’ 같은 거예요.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가슴앓이’를 좀 하거든요. 심적으로 힘든 게 있어요. 공허한 느낌이 있죠. 그런데 작품을 다시 하면 그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대본을 보면서 치열하게 생각할 때, 그 때가 정말 행복하고, 하고 싶은 연기를 하게 되면 벅차고, 현장을 가는 게 너무나 신나고. 그래서 연기에 점점 욕심이 생기는 거 같아요. 가수 안 하게 된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연기에 100프로 만족해요.
◇ 저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잘 할 거예요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저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내가 입을 수 있는 있는 옷이 있을 거란 확신이요. 그 옷으로 저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 돼요. 연기는 사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죠. 저는 저 같은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도전하고 확신을 가지면서 나아가거든요. 연기가 정말 좋아서 2년 공백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음에 어떤 걸 해야 하지’ ‘이미 보여드린 모습이 있는데 어떤 연기를 보여드리지’ ‘봤던 모습을 또 보여드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걱정들을 해요. 하지만 아직 저에 대해 많이 안 보여드렸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저의 모습, 제가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당분간은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진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짜 연기’를 하는 사람. 사실 말은 쉽지만 가장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 ‘진짜 연기’를 하는 구나. 이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