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으로 금리를 깎아가며 집단대출을 해주던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다. 중소 건설사 대표인 B씨도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3월 중 계획했던 분양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HUG가 연초부터 일부 지역에 대해 심사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3겹' 금융 축소로 연초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낼 때만 해도 호의적이었던 은행과 HUG 등이 지난해 말부터 태도를 180도 바꿔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정부와 금융권이 뒤늦게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중소 건설사와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적으로 중도금·잔금 집단대출을 해주던 은행권은 올해 들어 집단대출을 거절하기에 바쁘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이달 초까지 집단대출을 거부·감액당한 사업장 규모가 1조8300억원, 1만2029가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은행 집단대출이 막히자 시공사들은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2금융권 금리는 은행보다 1%포인트가량 더 높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을 위해 시행사에서 금리 차액을 보전해주는 사례도 늘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규제가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8일 간부회의를 열어 "감독당국은 집단대출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UG 분양보증 문턱도 부쩍 높아져 지난해 12월 5조1000억원이던 보증액이 올해 1월 2조8500억원, 2월 3조7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분양보증을 선별적으로 해주다 보니 대형사는 괜찮지만 중소형사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분양보증금액보다 올 1~
지난달부터 시행된 수도권 가계대출 규제도 주택시장에는 악재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긴 하지만 원리금 상환 압박으로 가계 지출이 줄면서 내수가 위축되고 기존 주택 매매도 타격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