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층사다리 인식조사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
“(우리 아이가)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임대는 주로 엄마들이 직장 다니니까 보살핌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아이들에게 휩쓸려 안 좋은 것을 배울까 두렵다” (경기 하남시 B씨·주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상이한 집단 간에 존재하는 배타적 면모가 악화돼 서로를 단죄(혐오)하는 상황으로 연결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인 사회에는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상이한 집단간에 서로 단죄해 버림으로써 화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진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분열의 정도는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C씨(광주광역시·41·여)는 “인간성이 독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의 어려움을 모르고 짓누르고 있다”고 부자들을 비판했다. 반면 D씨(서울 서초동·65·여)는 “못 사는 사람들은 바닥에서부터 힘들게 살아온 과정이 있어서 인간성이 사악하다. 남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을 배척하고 헐뜯는다”고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로 집단 간에 내재된 ‘분노’가 실제 고소·고발 등 ‘단죄’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고소·고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14년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약 650만건을 기록했다. 국민 1인당 연간 0.12건의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이는 일본보다 인구대비 60배가 더 많은 수치다. 최근 층간소음·주차분쟁 등 이웃 갈등과 가족 문제가 폭력과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문제에도 인내심이 부족해지며,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보복과 단죄에 나서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평범한 중산층에서 우발 범죄가 발생하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비속 간의 범죄도 증가했다. 우리사회가 분노조절 장애에 의한 강력범죄와 묻지마 우발 범죄가 증가하고 인터넷 막말과 마녀사냥이 확산되면서 ‘분노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경제적 격차에 따른 갈등이 최근 들어 극단화된 근본적 원인은 ‘사다리의 부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각종 편견이나 차별로 인한 피해의식이 가세해 집단 간 위화감이 날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8월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1%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상승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계층 간 이동이 제한될수록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계층이 완전히 고착화되면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며 계층 갈등 해결의 ‘골든타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국민대통합위 보고서 역시 ‘단죄’ 현상의 기저로 부모의 재산, 그리고 그와 관련된 교육 기회 등에 의한 계층체계의 폐쇄성에 주목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계층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었던 교육이 더 이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재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고,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통합위 보고서 연구진은 “구조적으로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최소한의 출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기회의 단절을 해결하고 극단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중산층의 복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황순민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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