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처음으로 한옥 형태의 대형호텔이 들어서게 됐다. 호텔신라가 4전5기만에 서울시로부터 한옥호텔 건립안을 승인받은 것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3일 호텔신라의 장충동 한국 전통호텔 건립안이 전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방에는 인천 ‘경원재 앰배서더’, 여수 ‘오동재’ 등 한옥 호텔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서울에 한옥호텔이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신라는 현 장충동 호텔 면세점 자리에 1만9494.78㎡ (약 5897평) 규모로 지하 3층~지상 3층, 객실 91개를 갖춘 한옥호텔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1년간 설계 보완을 거쳐 면세점과 한옥호텔을 순차적으로 신축한다. 면세점은 2019년~2020년 말, 한옥호텔은 2021~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는 면세점 문을 닫고 공사할 수는 없어 새로 면세점이 들어설 주차장 쪽 땅부터 공사를 시작해 순차 이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서양식 빌딩처럼 3층 높이 단일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계단 형태로 한옥이 여러 채 늘어서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호텔신라는 또 한옥호텔의 처마를 최소 1.2m이상 튀어나오게 해 한옥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 건축물의 편의성을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조정욱 서울신라호텔 총지배인은 “전통 한옥호텔을 건립해 기존의 한양도성, 남산과 어우러지는 관광명소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관광활성화에 기여하고, 투자·고용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호텔신라의 전통한옥 구조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호텔신라가 서울시로 부터 한옥호텔 건립안을 승인 받는 데는 4년이 걸렸다. 2011년부터 서울시로부터 2번의 반려와 2번의 보류 등 모두 네차례 퇴짜를 맞았다. 자연경관지구인 데다 한양도성과 가깝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소위원회 현장답사를 통해 △한양도성과의 이격거리 △공공기여 △교통처리계획 등을 심사해 공공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건물 규모를 최초 지상 4층에서 3층으로 축소하고 최고 높이도 15.9m에서 11.9m로 낮추는 한편 객실수도 207개에서 91개로 대폭 줄였다. 이번 도시계획위원회 위원회에선 직전 심의에서 논란이 됐던 부대시설(면세점) 비율과 문화재 박문사(博文寺) 보호 이슈가 집중 논의됐다.
한편 호텔신라측은 완공될 한옥호텔에 신라면세점이 이전하면 기존 매장 면적보다 40% 정도 넓어지도록 했다. 현재 지상 총 면적 6910㎡인 면세점은 창고와 직원시설을 포함해 지하 3층 규모 9974㎡로 확대되는 셈이다. 한옥호텔치고 면세점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번 심의에서 면세점도 관광 필요 시설이고, 현재 지상에 있는 면세점이 한옥호텔에서는 지하로 내려가는 만큼 공공성도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늘어난 부대시설 규모에 걸맞게 주차장 확보와 보행로 정비 등 교통 혼잡 문제도 제대로 보완된 것으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서울시 측은 밝혔다.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던 절로서 이번 심의에서 또다른 쟁점이었던 박문사는 1945년 광복 전까지 신라호텔 자리에 있었다. 박문사 사당 자체는 전소됐고 현재 그 자리에 영빈관이 들어섰는데 옛 박문사로
[김기정 기자 / 박인혜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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