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위대한 유산’이 남다른 각오로 자극 없는 예능을 표방하고 나섰다.
‘위대한 유산’은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김동현), 故최진실의 아들 최환희, 야구선수 홍성흔의 자녀 홍화리, 홍화철 남매, 전 농구스타 현주엽의 자녀 현준희, 현준욱 형제가 시골로 떠나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추석 특집으로 AOA 찬미, 김태원 등 성인 스타들의 가족들이 출연했던 것과 달리 연령대가 확연히 낮아졌고, ‘새로운 형제와 자매 만들기’라는 테마로 아예 바뀌었다. 추석 특집 당시에는 9%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목요일 오후 11시대로 정규 편성이 된 뒤에는 생각만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위대한 유산’의 안소연 CP와 박영미 PD 또한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만들자는 처음의 마음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포맷을 바꿀 당시에도 가장 중요시된 게 ‘가족’이라는 키워드였다.
“포맷을 바꾼 건 새해맞이도 이유였지만, 좀 더 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도 있었다. 성인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는 레귤러 프로그램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포맷을 바꿀 때에도 ‘가족 예능’이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초점은 ‘가족’이었고, 그래서 환희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여서 시골로 떠나게 됐다.”(박영미 PD, 이하 박)
하지만 아이들로 라인업을 바꾸고 나니 일각에서는 ‘아빠 어디 가’와 같은 육아예능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이들이 시골로 가서 좌충우돌 일상을 겪는 포맷이 언뜻 보면 ‘아빠 어디 가’와 유사해보였다.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안소연 CP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아빠 어디 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것’이 차별화다. 방송이 나가고 나니 우려도 사라졌다. 우리의 큰 줄기는 ‘도시가 가진 결핍을 시골에서 채워주는 것’과 ‘아이들에 형제를 만들어주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아이들이 도시에선 안 먹던 채소를 시골에서 먹게 되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됐다. 어른들은 그걸 보며 향수를 느끼고, 또래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니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소연 CP, 안)
‘시골’이라는 배경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 좋은 장소다. 그만큼 시청자들에 기시감도 있을 텐데, 제작진은 소재가 한정돼 있는 도시 생활보다는 ‘새로운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시골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시골을 선정하는 과정도 복잡하다. 사실 요즘 세상에 아궁이에 불 때고 하는 시골이 정말 없다. 일단 우리가 지역을 선정하면 그 동네의 집들을 다 방문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다. 아이들의 일일 조부모가 되는 주인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방식으로 자녀들을 키우셨는지 이야기를 쭉 듣고 가장 아이들의 성향과 잘 맞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한다. 사실 ‘시골집’에 ‘아이들과 딱 맞는 할머니’가 있는 집을 찾기란 정말 쉽지 않다.(웃음)”(박)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 ‘목요일 심야 시간대’의 저주는 ‘위대한 유산’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몇몇 설특집이 정규 프로 후보에 올랐다는 소문이 돌면서 폐지설에 휘말리기도 할 만큼 ‘위대한 유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의연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당연히 우리도 위기감은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일 뿐이다. 일단 다양한 변화들도 생각하고 있고, 아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받을 만한 다른 요소들도 고민해보고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아이들이 어떻게 웃으면서 놀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잘 웃지 않는 환희가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어서 재밌는 아이템을 더 생각하게 된다.”(안)
‘아이들이 뭘 좋아할까’가 우선시한다는 게 ‘위대한 유산’의 법칙이다. 제작진은 다른 외풍에 휩쓸리지 않고 더 웃게 만들고, 더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더욱 아이들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위대한 유산’의 제작진이 바라는 ‘위대한 유산’의 모습은 어떤 게 있을까.
“‘위대한 유산’을 보면서 ‘나도 저 땐 저랬었지’라고 추억할 수 있는, 그래서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착한 예능이 통할까’하고 물어보신다. 우린 처음에 우리 프로그램의 캐스팅 소식에 선한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 그 힘을 믿는다. 우리만큼은 자극 없이, 끝까지 ‘조미료 치지 않는’ 예능을 만들어보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