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KBL의 대표적인 원숭이띠 선수인 이승현(24·오리온)은 몸이 성한 곳이 없다. 팀 구성상 올 시즌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팀 주축인 애런 헤인즈(35)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쉴 틈 없이 뛰고, 또 뛰었다. 무릎, 발목 등 아픈 곳도 많지만 참고 있다. 이승현도 “아프다”고 말한다. 그래도 “견딜만하다”는 게 곧바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다. 정말 참을 만 한것도 있지만, 참고 싶은 이유도 크다. 2016년은 원숭이의 해이기 때문이다. 원숭이띠 스타로 원숭이해에는 마음속 목표를 꼭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MK스포츠는 이승현을 만나, KBL의 극한 역할을 자처하는지, 그리고 그가 꿈꾸는 농구인생을 들어봤다.
↑ 이승현에게 농구공을 한 손가락을 돌릴 줄 아냐고 묻자, 할 줄 모른다는 다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멋을 부리기보다, 묵묵히 제 자기 일을 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이승현이라는 사실을 기자가 잊어버린 실수였다. 사진=안준철 기자 |
▲ 버틴다…그가 가진 최고 무기 ‘몸뚱어리’
“힘들다”고 솔직히 얘기한 이승현이 가장 믿는 무기는 바로 자신의 몸이다. 사실 시즌 초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이란과의 경기에서 발목이 꺾이는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당시 이승현은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고 휠체어에 타고 코트 밖으로 실려 나갔다. 이승현도 “발목이 꺾이는 순간 ‘우두둑’ 소리가 났다. 그 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이번 시즌 못 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걸을 만했다. 아프기는 했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남은 경기는 결장했지만, 소속팀에 복귀해서는 바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치르면서도 허리와 무릎도 다쳤다. 그래도 뛰었다. 이승현은 “이제 부상도 몸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도 참을 만하다”며 슬쩍 웃었다. 아파도 쉬지 않고 코트를 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승현은 “내가 회복력이 좋은 것 같다. 농구를 하면서 부상을 당해 1주일 이상 쉰 적이 없다. 부모님께서 몸뚱어리 하나는 잘 주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쉬면 더 이상하다. 뭐라도 해야 덜 아프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털어놨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이 많아지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이승현은 “힘에서 밀리기보다는 기술이 더 좋기 때문에 힘들다”고 설명했다.
▲ 공격? 못하는 게 아니다
지난 시즌 이승현은 평균 33분34초를 뛰어 평균 10.87득점 평균리바운드 5.1개로 정규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경쟁자였던 김준일(삼성)과의 비교 때문이었다. 이승현은 “‘왜 이승현은 공격을 못하냐’, ‘공격 못하는 데 무슨 신인왕이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김)준일이가 나보다 공격을 더 잘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준일이와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팀에서 궂은일을 자처한다. 그는 “나는 에이스가 아니다. 득점은 (문)태종이 형, (허)일영이 형 등 나보다 잘하는 선배들이 많다. 내 역할을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득점할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올 시즌 성적만 보면 이승현은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40경기를 뛴 현재 평균 11.53점. 그래도 이승현 “출전 시간이 더 가치 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그의 평균 출전시간은 35분8초. 역시 지난 시즌보다 늘었다. 그러면서 이승현은 팀 우승이 목표 ‘0순위’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팀이 우승을 하면 나도 잘한 것이 아니냐”는 지극히 당연한 답을 내놨다. 줄곧 선두권을 달리던 오리온은 페이스가 떨어지며 현재 3위로 처져있다. 이승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오리온 이승현이 코트에 떨어진 공을 잡기 위해 다이빙 캐치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 ‘양민학살’의 추억, 영원히 새기고 싶은 ‘33번’
아버지 이용길씨와 어머니 최혜정씨 모두 농구인이라 자연스레 농구공을 잡았던 이승현은 대구 칠곡초 5학년 때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그 때 김병철 코치와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이승현의 소속팀 오리온의 연고지가 대구였다. 그래서 오리온 소속 선수들이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서 농구교실을 열었는데, 당시 오리온의 간판스타였던 김 코치가 칠곡초를 찾았다. 이승현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 김병철 코치님이 1대1일 하자고 했다. 김 코치님이 초등학생인 나를 상대로 블록, 덩크슛을 하는 등 한 번도 봐주지 않으셨다”며 “그 때 ‘양민학살’이라는 말을 깨닫게 됐다. 물론 코치님은 기억이 안나신다고 말씀하신다”고 소개했다.
물론 운명의 장난인지 이승현은 김병철 코치의 용산고-고려대 직속 후배이자, 김 코치의 현역시절 등번호 10번이 영구결번 된 오리온에 입단했다. 이승현도 “신기하게도 그렇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일까. 이승현에게 농구선수로의 꿈을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니의 현역시절 등번호가 3번이라 고교시절부터 33번을 달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등번호 33번을 영구결번하는 게 꿈이다. 물론 나이를 먹고서도 잘해야겠지만.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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