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을 담은 감성드라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순정’ 또한 1990년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당시에 대한 향수를 젖게 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이 그 당시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순정’의 이현주 미술감독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순정’에 실제 감독님의 물건들이 등장 했다는데
제가 수옥(김소현 분)이의 나이와 같아요. ‘순정’에 나온 그 당시 제가 딱 수옥이 나이었거든요. 극중에 나온 친구들이 다 1975년생인데, 제가 그 년도에 태어났어요. 그래서 딱 제 시대의 이야기인 거잖아요. 근데 제가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썼던 일기장이 다 있거든요.
그때가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웃음), 저희 때는 라디오나 음악방송을 많이 들을 때라 그거에 대한 일기가 많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절에 제가 썼던 일기들을 보니까 감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썼더라고요. 그리고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에도 보면 제가 일기장에 다 붙여놨어요. 그리고 엽서를 많이 모았었는데, 그것들을 수옥이 방 곳곳에 세팅을 했었어요.
◇ 응답하라 1988과 차이점은?
개인적으로는 응답하라 1988 시대가 좀 더 올드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순정’에서는 시대적으로 1991년이지만, 섬마을이고 지방이다 보니 제가 초점을 맞춘 건 80년대 후반이었어요. 모든 브랜드나 카세트가 90년대가 아니라 80년대 후반에 나온 것들을 사용했었죠.
◇ ‘순정’은 순수한 느낌이 많이 나는 영화다. 소품에도 이런 부분이 반영됐나
요새는 플라스틱 배들이 많이 나와요. 지금은 목선이 거의 없죠.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에) 나무를 다 깔았어요. 어떻게 보면 거기가 그들만의 아지트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배에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 보다, 배에 있는 튜브를 가지고 놀이터처럼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처음에 접근을 했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에 없던 부분이 그런 소품을 통해 생기기도 했죠. 라디오부스도 범실(도경수 분)이가 수옥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거라서, 손수 뭔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돈이 들지 않고 정성으로 할 수 있는 선물들을 만들려고 했죠.
◇ 감독님이 자연스러움을 추구 하셨다던데, 미술도 그 영향을 받았나?
제가 원래 개인적으로 영화를 할 때, 리얼한 걸 좋아해요. 리얼하다는 건 자연스럽다는 건데 미술이 돋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물이 보이고 이야기가 보여야지 미술로 인해서 극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죠. 의상팀 같은 경우도, 제 어렸을 때 모습이 담긴 앨범을 줬었어요. 또 수옥이가 입었던 의상도 실제 제가 갖고 있었던 의상을 줬었거든요. 수옥이가 집에서 입고 다니는 7부 바지가 있는데, 그것도 저희 어머니가 80년도 때 입었는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것들이었죠. 그런 것들도 사용이 됐죠.
◇ 영화를 촬영하면서 관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그때 당시에 무한궤도를 정말 좋아했었거든요. 신해철의 팬이어서, ‘순정’ 리어카 장면에서 ‘여름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지금 신해철은 고인이 됐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당시 노래들도 나오고요. 또 용왕제 장면에서 나온 실제 배를 축소판으로 만든 배 미니어처가 있는데, 살짝 스쳐 가는데 그게 인간문화재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한 거예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