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생활습관과 유전적 특징이 만성질환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성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는 지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2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코호트 연구 성과 중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 등 한국인이 잘 걸리는 만성질환과 관련이 깊은 50가지 연구성과를 묶은 보고서를 27일 발간했다.
질병관리본부 이은규 유전체역학과장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들이 의료현장에 많이 적용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 결과라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고혈압: 충분하고 편한 수면이 고혈압 예방
고혈압은 30세 이상 성인 중 유병률이 28.5%(2011년 기준)로 만성질환 중 가장 높았다. 코호트 분석 결과 고혈압은 수면습관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적게 자거나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 고혈압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수면시간과 고혈압의 관계성이 컸다. 고려대 의대 김세중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5~7시간을 한국인 기본 수면 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5시간 미만 잠을 자는 여성은 기본 수면 시간을 지키는 여성보다 고혈압일 확률이 1.5배 높았다. 특히 폐경 전 여성의 경우는 2.4배나 높았다.
펜실베니아대 김진영 교수는 폐질량지수 27.5 이하의 정상이나 저체중인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코골이와 고혈합과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1주일에 4회 이상 습관성 코골이 환자는 고혈압일 확률이 남성의 경우 1.5배, 여성은 1.6배 높았다.
김진영 교수는 “코골이 등 수면호흡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2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코골이가 고혈압과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며 “코골기 증상을 보이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의 농도가 낮으면 고혈압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혁 연세대 의대 교수가 40~70세 1553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혈청내 아디포넥틴 농도가 낮은 비만 남성은 아디포넥틴이 높은 남성보가 고혈압 가능성이 2.8배 높았다. 아디포넥틴 생성을 돕는 음식은 생선과 두부 등이다.
(2)당뇨병: 간접흡연이 당뇨병도 유발...콩이 당뇨병 예방 효과
흡연은 주로 호흡기관의 문제를 일으켜 당뇨병과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흡연은 당뇨병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남한 아주대 의대 교수가 안성지역 40세 이상 5018명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 조사를 벌인 결과, 하루 20개비 미만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2.1배, 하루 20개비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는 2.8배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조 교수는 “흡연은 베타 세포의 기능을 낮추기 때문에 당뇨병 발생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흡연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당뇨병 발병률까지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천대 의대 고광필 교수가 비흡연자이며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40~69세 4244명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추적조사를 한 결과, 가정에서 매일 간접흡연에 노출된 사람은 노출되지 않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았다. 노출 시간별로 분석하면 1시간 미만 1.4배, 1~3시간 1.5배, 3시간 이상 1.7배 등 노출시간에 비례했다.
수면은 당뇨와도 연관성이 컸다. 고려대 의대 김난희 교수가 비만하지 않은 수면무호흡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 가능성이 2.2배나 높게 나타났다.
콩이 여성의 당뇨병 발병률을 크게 낮추는 것도 확인됐다. 고광필 교수가 10년간 당뇨병 환자군 698명과 정상 대조군 698명을 비교한 결과 혈중 이소플라본 농도가 높은 그룹(518.4ng/ml 이상)이 낮은 그룹(120.5ng/ml 이하)보다 당뇨병 위험이 42%감소했다. 고 교수는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에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3)골다공증: 마음의 병 우울증이 뼈건강까지 해친다
‘마음의 병’인 우울증이 뼈 건강까지 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우울증 환자의 골다공증 발병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특이하게 여성에게는 우울증과 골다공증의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현창 연세대 의대 교수가 2008~2009년 우울증과 골다공증 치료 병력이 없는 강화 지역 60~80세 9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중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의 골밀도는 78.5로 정상인(85.9)보다 골다공증 위험이 2.7배 높았다. 하지만 여성 우울증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현창 교수는 이런 차이를 우울증 원인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남성의 우울증은 주로 신체적인 쇠퇴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여성 우울증은 사회적 관계 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노년기 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지방과 비만은 반비례 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비만도가 높을 수록 골다공증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울대 의대 김정희 교수가 2006~200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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