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의 인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 후보자들이 모두 고사해 본부장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감사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사에 따라 질병관리본부 소속 공무원 1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기 때문에 추가 공백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요할 경우 대체인력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20일 “감사원이 요구한 메르스 사태 책임자들의 징계가 길어질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징계대상자 중 상당수가 국가방역체계와 관련된 핵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징계가 길어지면 국가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 해임을 포함해 총 16명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이 중 12명이 질병관리본부 소속이다. 특히 감사원은 질본 소속 12명 중 8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진엽 장관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중징계를 받는 대상자 중 핵심 업무를 하는 직원이 포함됐다”며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야겠지만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당분간 업무를 하지 못하는 직위해제 상태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직위해제 상태가 몇달 정도로 장기화될 수 있다”며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직위해제 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첫번째 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진엽 장관의 희망과는 반대로 중징계로 인해 핵심 인사 장기 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정 장관은 “장기 공백이 불가피할 경우 두번째 방안으로 대체 인력을 임시로 투입하는 방안을 만들어놨다”며 “감사원 감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우리나라 방역체계에 조그만 구멍도 뚫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 인선도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보통 질병관리본부장에는 복지부 국장급 중에서 의사출신 공무원이 승진해서 이동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면서 복지부 국장급 인사의 승진 이동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서울 주요 대학 병원의 감염내과 교수 등 외부 인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대부분
질본관리본부장 인선과 관련해서 정진엽 장관은“현재 검증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후보들이 고사함에 따라 학계 전문가나 복지부 공무원의 발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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