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뉴스룸에서 단아한 매무새로 앉아 소식을 전하는 정미선 아나운서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차도녀’다. 정돈된 말솜씨와 이지적인 이미지가 똑 부러질 것 같다는 선입견을 심어준다.
“어머, 정말요? 전 호불호가 강하거나 주장을 내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중간에 서는 스타일이죠. 하하”
순한 매력이 빛나는 정미선의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정미선, 무채색 같은 그에겐 여유가 느껴집니다.
키워드1. 뉴스 진행자, 정미선
뉴스룸의 정미선은 늘 안정적이다. 표정이나 감정 동요 없이 차분하게 소식을 전달해 늘 신뢰감을 준다. 그러나 막상 그의 속내는 복잡한 생각들이 오간다 했다.
“매일 기가 막힌 사건사고가 많으니까 이렇게 멀쩡히 사는 것도 참 감사한 거더라고요.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브리핑이 기억에 남아요. 사고 소식에 오전 9시부터 10시반까지 특보진행을 하기로 했는데, 사건이 점점 위중해지다 보니 8시간을 내리 진행하게 됐죠. 남자 앵커가 8꼭지 정도 몰아서 전할 때 김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면서 정신없이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일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망한 마음이기도 했죠. 이런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예전보다 더 신중해지고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주변에 검사를 받는 편이고요. 앞으로 더 조심스러워지면 살기 지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이젠 부담을 조금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키워드2. 유재석과 예능★ 될 뻔?
새내기 시절엔 예능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다. 한때 유재석과 예능 프로그램 ‘기승사’를 진행하기도 했던 터.
“그때 즐기면서 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당시엔 이렇게 하면 아나운서로서 망가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많았거든요. 만약 그런 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즐겼더라면 지금과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당시가 ‘아나테이너’ 과도기였는데 제가 그 최전방에 서있으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그게 아쉬운 점으로 남더라고요.”
키워드3. 다큐 PD를 꿈꾸던 아이
애초부터 아나운서를 꿈꾸던 건 아니었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져 한때는 PD로서 미래를 소망하기도 했다고.
“어릴 적엔 EBS PD가 돼 휴먼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어요.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때에도 방송반에 들어가 PD를 맡았는데,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카메라 한대 다니고 뒷골목 할머니 얘기를 담거나 휴머니즘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었어요. 시청률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고 싶었죠. 지금이라도 도전해보라고요? 아휴~ 아녜요. 방송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버려서 기회가 와도 이젠 못할 것 같아요. ‘모닝와이드’를 4년간 방송하면서 지켜보니 제작진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하하.”
↑ 사진=SBS |
키워드4. ‘중간자’ 정미선
학창시절을 한 단어로 요약해달라고 하니 ‘중간자’라는 독특한 대답을 내놨다. 큰 파도 없이 잔잔한 삶을 살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내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고지식하고 모범생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중간자적인 입장으로 잘 살았온 거죠. 부모나 선생 말도 잘 듣고 사춘기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회사에서 평가서를 내라고 하면 전체 인원에서 3등 안으로 먼저 제출하곤 해요. 제 성격이 현실순응적인가 봐요.”
키워드5. 눈에 띄는 후배, 장예원
잔잔하게 살아왔기 때문인지, 요즘 후배들의 톡톡 튀는 매력이 부럽다고 햇다. 특히 장예원, 김윤상이 눈에 띈다고.
“장예원은 자기가 알아서 스타일도 잘 잡고. 연예인과 스스럼없이 편하게 지내더라고요. 방송 생활 참 잘한다 싶어요. 난 새내기 때 어떻게 꾸며야할 지도 몰랐던 것 같은데 예원인 알아서 스타일을 잘 꾸미니 그런 점은 부럽던데요. 김윤상은 참 ‘훈남’이고 반듯하잔하요? 어떤 일을 해도 잘할 것 같기도 하고, 생각도 참 바르고요.”
키워드6. ‘사랑에 빠지고 싶다’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를 선곡해달라고 하니 김조한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주저없이 골랐다.
“평탄하게 살아서 그런지 뭔가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게 없었어요. 난 화려한데 그 속은 외롭다는 내용의 가사처럼, 다른 사람들은 날 보고 평탄하게 살고 가정을 잘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제가 절 돌아볼 땐 지루하기도 하거든요. 날 열정적으로 사로잡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휴먼 다큐멘터리 PD가 꿈이었던 것처럼 아나운서가 된 뒤 아침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2007년에 하고 나니까 목표가 없어지던데요?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물 흐르듯 뉴스까지 맡았는데, 이젠 제가 빠질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요.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보면 열정적인 게 정말 부러웠거든요.”
키워드7. 2016년 정미선에 바란다/b>
올해 그에게 바라는 소망을 물어봤다.
“지금 ‘8뉴스’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람들에게 확고한 이미지를 주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뉴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름을 알리고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그리고 인간 정미선으로는 더욱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동안은 정해진 일상 속에서 파도를 탔지만, 이젠 그걸 잘 다스리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정미선은 누구?] 1981년생으로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SBS 11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들인 뒤 ‘8뉴스’ ‘목요컬처클럽’ ‘모닝와이드’ 등을 진행해왔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