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2015년 최고 신인투수는 단연 조무근(25)이다. 프로 첫 해 43경기 8승 5패 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8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연봉도 지난해 2700만원에서 8500만원(인상률 215%)으로 훌쩍 뛰었다. 조무근에게 2015년은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제일 생각대로 잘된 한 해”였다.
바쁜 한 해를 보냈으나 휴식은 잠시, 첫 스프링캠프 참가를 앞두고 수원 위즈파크서 매일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조무근은 2015년을 좋은 기억만 가득 담아 고이 접었다.
↑ 조무근을 2015년 가장 빛난 신인투수로 성장케 한 배경에는 그가 했던 치열한 고민들이 있다. 사진(수원)=곽혜미 기자 |
▲빛나는 투수가 되기까지, 조무근을 만든 고민들
1년 전과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인지명회의서 2차 6라운드(전체 54순위)로 낮은 순번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자신보다 먼저 지명받은 투수들을 모조리 발 아래 내려 놓았다. 정명원·전병호·윤형배 투수코치와의 만남은 조무근에게 축복과도 같았다. 조무근은 “솔직히 대학 4년 동안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보다는 kt에서 보낸 1년간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지난 1년 결과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조무근에게 야구선수의 삶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여러 차례 야구를 그만두려고 고민했다. 특히 ‘열심히는 하는데 발전이 더뎠던’ 대학생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 4학년 끝날 때쯤 투수를 그만두려고도, 야구를 아예 그만두려고도 생각했다. 또 신인 지명이 되고도 ‘야구를 계속 해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치열한 고민이 그를 더욱 특별한 선수로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시를 회상한 그의 한 마디 역시 “이렇게 될 줄 몰랐다”다.
조금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경찰청 사람들>을 보며 경찰관을 동경했던 ‘초등학생 조무근’이 먼저 있었다. 우연히 야구팀에 스카우트 되면서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4학년 어느 날 점심시간에 축구공을 차고 있는 것을 야구 감독님이 보시고 야구를 권유하셨다.” 초등학생 때부터 또래보다 키가 커서 맨 뒷자리에만 앉았던 ‘축복받은’ 신체 조건이 그를 운동선수로 인도한 셈이기도 했다(조무근의 198cm 큰 키는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하고 패스트푸드를 전혀 먹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 치킨, 햄버거를 고등학생 때 처음 먹어봤다고 한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보다는 ‘한국시리즈’에 더 열광했던 아버지를 따라 워낙 야구를 좋아했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치는 게 더 좋아서’ 타자로 먼저 야구를 시작했던 조무근은 어느새 투수를 꿈꾸고 있었다. “포수를 하면서 공을 받고 있는데 투수가 정말 멋있더라. 중학생 때 투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은사님께서 문득 투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다. 그 이후로는 선배들의 공을 다 받은 뒤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투수가 돼 있었다.”
↑ 조무근의 올 시즌 목표는 5승-10홀드-10세이브, 그리고 3년 내 목표는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이다. 사진(수원)=곽혜미 기자 |
▲조무근 혹은 ‘근무조’, “선발 준비는 항상 한다”
팬들이 붙여줘 아낀다는 별명처럼 그의 현 위치는 ‘근무조’다. 조무근 이름을 뒤에서부터 읽은 별명은 운명인지, 올해 역시 전천후 역할이 기대된다. 그가 세운 올해 목표 5승-10홀드-10세이브도 어쩐지 ‘근무조’스럽다. 꼭 달아보고 싶은 타이틀은 홀드왕. “3년 내로 홀드왕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가 한정한 기간 3년은 2018년 열리는 아시안게임과도 맞닿아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활약한다면 군입대 면제가 가능하다. “군대 문제가 제일 걸린다. 국가대표 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3년 안에 홀드왕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스스로도 역할을 중간계투로 잡아뒀지만 선발은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는 또 다른 꿈이다. 조무근은 “선발은 솔직히 투수의 로망이 아닌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작년 시즌에 (엄)상백이나 (정)대현이, (정)성곤이가 선발로 던지는 거 보면 한 번씩 부럽기도 했다”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기회가 언제 올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속팀 kt 위즈는 아직 힘이 약하고 팬 수도 적다. 그 때문인지 뛰어난 개인 성적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는 못했다. “첫 시즌이고, 그래서 그랬던 것 같은데 올해 1점대 평균자책점을 한 번 더 기록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까.” 적은 관심도 동기부여로 바꾸어놓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보다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들에게 “그분들이 내 유니폼을 입고 계신 것을 부끄럽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일상에서도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프로’ 마인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신경 쓰는 것도 참 많다. 경기 전 옷은 무조건 상의부터 입고, 양말은 왼쪽부터 신는 게 그의 루틴이다. 경기 중에는 껌도 씹는다. 단물이 잘 빠지지 않는 ‘자일리X’과 풍선껌 ‘와X’를 즐겨 씹는데, 자신도 모르게 생긴 루틴이란다. “7월경인가, 불펜에 있을 때 심심해서 껌을 하나 씹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판하게 됐다. 마운드에 올라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껌을 씹고 있더라. 그런데 그날 잘 던져서 다음에 한 번 더 씹고, 하루는 껌을 안 씹었는데 홈런을 맞았다.” 그 후 껌은 꼬박 챙기고 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이지만,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잘 풀기도 한다. 원래는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최근 푹 빠져있는 건 나노블록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맞추다 보니 벌써 스무 개를 넘겼다고. 갑자기 사진첩을 뒤적이던 그가 자랑스럽게 건넨 사진은 여자친구의 방에 가지런히 진열된 블록 사진이었다. “여자친구가 눈이 좋아서 예쁜 걸 잘 고른다.” 어쩐지 이야기가 여자친구 자랑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현재 조무근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물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말이 ‘적소성대(積小成大)’다. 작은 게 모여서 크게 된다는 말인데 그 말을 가장 새기고 있다. 또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생각이 있다. 야구도 즐기고 평소 생활도 즐기다 보니 즐겁다.”
↑ 2016년에도 ‘근무조’. 조무근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사진(수원)=곽혜미 기자 |
*코너 속 코너, 조무근의 선택!
팬들이 궁금해 한 조무근의 선호에 대해 물었다.
짜장면 vs 짬뽕 :짬짜면!!!
부먹 vs 찍먹 : “부으면 눅눅해지잖아요, 찍어 먹어야지.” 찍어 먹어야 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찍먹’을 강조했다.
피자 vs 치킨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도 아니고... 그 급의 질문인데요.......” 오랜 고민 후
소주 vs 맥주 : “술을 별로 안 마시기는 한데 저는 맥주가 나은 것 같아요. 원래는 소주를 잘 마셨는데 대학생 때 소주 마시고 한 번 필름이 끊긴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안 마셔요.”
유니폼 홈 vs 원정 : “얼굴이 까맣다 보니까 원정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유니
빅 vs 또리 : kt 마스코트 빅(검정색)과 또리(흰색) 둘 중 누가 나은지를 물었는데 가장 빠른 대답이 나왔다. “입 벌리고 있는 애가 또리잖아요. 또리가 귀엽죠. 빅은 보거스에 나오는 먼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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