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강퉁 주식에 20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연초 중국 증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한 데 이어 중국 당국이 11일 위안화를 일부 절상했는데도 상하이종합지수가 5% 넘게 추락하자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8월처럼 상하이종합지수가 속절없이 3000 밑으로 추락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A씨는 "중국 증시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상 조치도 먹히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 증시가 새해 들어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3%(169.71포인트) 떨어진 3016.70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3539.18을 기록했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올해 들어 14.7%나 빠진 것이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 본토·홍콩 주식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매입한 국내 투자자들은 열흘 동안에만 92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8505.16을 기록해 2011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홍콩H지수가 8500선까지 떨어지면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LS 가운데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ELS 127건이 원금 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 발행금액은 1295억원, 예상 평가손실액은 518억원에 육박한다. 해당 ELS는 지난해 3월 이후 발행된 것들로 만기인 2018년 4월 이후 H지수가 1만1000선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 H지수가 앞으로 5%만 더 떨어져도 예상 손실액은 2100억원으로 껑충 뛴다.
증시 폭락 영향으로 중국 펀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82개 펀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2.83%(8일 기준)까지 떨어졌고, 홍콩H주에 투자하는 95개 펀드 평균 수익률도 -7.87%로 곤두박질쳤다. 중국 본토와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 순자산은 연초 대비 열흘 새 무려 76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펀드별로 보면 중국 본토 펀드는 '한국투자신종개인연금네비게이터중국본토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28%로 가장 나빴고, '한국투자네비게이터중국본토펀드'도 -17.09%를 기록했다. '신한BNPP중국본토중소형주RQFII펀드'는 -16.73%를, '대신중국본토중소형주알파펀드'도 -14.13%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속출했다.
홍콩H주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인덱스로차이나H레버리지2.0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05%로 최악을 기록했고 '맥쿼리차이나Bull 1.5배펀드'(-13.12%), '미래에셋차이나H레버리지1.5펀드'(-13.08%)도 처참한 수익률을 보여줬다.
후강퉁(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을 이용해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국내 투자자가 후강퉁을 통해 사들인 중국 본토 주식 잔액은 7377억원이다. 연초 들어 열흘 동안 상하이종합지수가 15% 가까이 하락하면서 예상 손실액은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 후강퉁 투자가 증가세에 있었음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후강퉁 종목들 또한 대부분 연초 이후 10~30%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
[최재원 기자 / 강다영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