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뉴스는 재미없다. 당연하다. 영화와 숫자의 교집합은 힘든 일이니까.
기사를 작성하는 영화기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연말 결산은 피할 수 없으니 영화기자들은 수치를 읽기 쉽게 단순화시켜 흥미 있는 뉴스로 제공한다. 우리가 2015년 영화관객수가 2억 명이 넘었다는 것을 아는 것도 그 덕이다. 더 가볍게는 <내부자들>이나 <히말라야>가 천만영화가 될 것인지 궁금한 것도 그런 수고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뉴스로도 뽑지 않는 수치들은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정작 이번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은’ 2015년 박스오피스 결산이다. 뉴스에는 없지만 2015년에 세워진 역대 최다 기록들이 꽤 많다. 2015년을 중심으로 2011년부터 5년 간 박스오피스를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 기간별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요약하면, 관객이 1명뿐인 개봉작, 1개 스크린에서만 상영한 개봉작, 1회만 상영한 영화의 편수가 2015년에 세워진 역대 최고 기록들이다. 배급사의 역대 기록도 갱신됐다. 연간 최다 개봉작, 동일 날짜 최다 동시 개봉작 수 기록을 하나의 배급사가 모두 갈아치웠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중에 하나를 떠올렸다면 틀렸다.
■ 천만영화 3편 vs. 한명영화 역대 최다 233편
2015년 흥행 결산 뉴스에 빠지지 않는 것이 ‘천만영화’ 혹은 흥행 순위 기록이다. <베테랑>이 1341만 4009명으로 1위, 뒤를 이어 <암살> 1270만 5700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049만 4499명, <국제시장> 891만 5904명(누적 1426만 1582명) 순이었다.
그렇다면 최저 관객수 기록은? 딱 한 명만 관람한 개봉작은 역대 최다인 233편으로 전년 대비 1110%였다. 오타가 아니다. 1110%가 맞다. ‘한명영화’의 비중은 전체 개봉작 1,208편의 19%로 역대 최고다. 연도별로 봐도 특이한 상황이다. ‘한명영화’는 2011년 4편, 2012년 2편, 2013년 2편, 2014년 21편이었다. 2014년에도 전년보다 10배나 증가했는데, 2015년에도 11배가 증가한 것이다.
‘한명영화’를 관람등급별로 분석하면 역대 최다 ‘한명영화’의 성격이 보인다. 청소년관람불가가 80%였다. 청소년관람불가 186편, 15세 이상 관람가 29편, 12세 이상 관람가 16편, 전체관람가 2편이었다.
‘한명영화’의 평균관람료에는 이게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 힌트가 담겨져 있다. ‘한명영화’의 평균관람료는 5,785원이었다. 전체 개봉작의 평균관람료 7,910원보다 2,125원이 더 적었다. 최저관람료는 <이엠쓰리>(2015/01/22)의 1,000원이었다. 관람료 4,000원 23편, 5,000원 143편, 6,000원 3편, 7,000원 6편, 8,000원 35편, 9,000원 20편, 10,000원 2편이었다.
이번에는 스크린수 관련 기록이다. 2015년 최다 누적스크린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1,843개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스크린수는 <국제시장>(2014) 2010개, <변호인>(2013) 1849개에 이어 역대 3위이다. <암살> 1,519개, <쥬라기 월드> 1,290개, <사도> 1,210개,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1,202개 순이었다.
최저 스크린수 관련 수치는 어땠을까? 스크린 1개에서만 상영한 2015년 개봉작은 역대 최다인 538편이었다(기존 최다 2014년 359편). 개봉작 1,208편의 41%가 ‘단관영화’였다. 연도별로 2011년 91편, 2012년 172편, 2013년 246편, 2014년 359편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개봉작에 상영작(2015년 이전에 최초로 개봉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단관영화’는 2,541편이었다. ‘단관영화’가 전체 상영작의 74%였다. 다만, ‘한명영화’와 달리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전체의 77%(1,662편), 2012년 80%(2,647편), 2013년 76%(2,764편), 2014편 71%(2,374편)였다.
스크린 1개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본 관객은 몇 명이나 될까? ‘단관영화’의 총관객수는 54만 5,020명이었다. ‘단관영화’ 관객수 1위는 <돌아오지 않는 강>(1971)으로 총 60회 상영해 4,833명(매출 9,721,000원)이 관람했다. 2위는 <황진이>(1986) 47회 4133명(매출 8,327,000원), 3위는 <레드 리버> 27회 3762명(7,544,000원)이었다.
■ <베테랑> 19만 9231회 상영 vs. 1회 상영작 역대 최다 1,010편
상영 횟수도 짚어보자. 2015년 최다 상영 횟수는 <베테랑>의 19만 9231회였다(상영기간 동안 누적 횟수). 이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20만 3400회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9만 1778회, <암살> 17만 5185회, <내부자들> 15만 2247회, <국제시장> 14만 9061회 순이었다.
최저 스크린수에 이어 최저 상영 횟수에서도 역대 1위 기록이 나왔다. 1회만 상영한 영화 편수는 역대 최다인 1,010편으로, 그 중 500편이 2015년 개봉작이었다(기존 최다 2012년 938편). 전체 상영작의 29%, 개봉작의 41%가 1회만 상영 후 종용한 것이다.
역시나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에는 상영작의 22%(483편), 2012년 29%(938편), 2013년 22%(804편), 2014년 25%(852편)가 1회만 상영했다.
‘1회 상영작’들의 총관객수는 24,710명이었다. ‘1회 상영작’ 관객수 1위는 <고삐> 332명(매출 2,998,800원), 2위는 <자매의 방> 214명(매출 1,926,000원), 3위는 <불량 변호사> 200명(매출 400,000원)이었다.
■ CJ엔터테인먼트 배급 편수 7위 vs. 157편 배급사는?
배급사를 마지막으로 살펴보자. 2015년에도 최다 관객수 배급사는 역시 CJ엔터테인먼트였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를 4936만 3011명이 관람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6년부터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CJ엔터테인먼트를 국내 최대 배급사라고 칭하는 이유다.
그런데 상영작 배급 편수 기준으로는 CJ엔터테인먼트는 7위이다. 2위도 아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2010년까지 배급 편수에서도 1위였다. 그러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11년부터 더 이상 최다 배급사인 적이 없었다.
2015년 상영작을 가장 많이 배급한 회사는 어디일까? 1위는 도키엔터테인먼트로 157편을 배급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케이알씨지 55편, 3위는 소나무픽쳐스 54편, 4위는 영진크리에이티브 51편이었다.
5위는 스크린조이와 영화사진진 49편이었다. 7위는 CJ엔터테인먼트 47편, 8위는 UPI코리아 39편, 9위는 롯데엔터테인먼트 38편, 10위는 씨타마운틴픽쳐스 34편이었다.
이게 또 역대 최고 기록이다. 157편은 단일 배급사의 1년 배급 편수로는 역대 최다이다. 개봉일수를 보면 52일 동안 평균 3편씩 개봉한 셈이다. 이 기록은 도키엔터테인먼트 자사의 전년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도키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26편을 시작으로 2013년 51편, 2014년 107편을 배급 편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배급사 도키엔터테인먼트는 총관객수 7,904명을 동원해 배급사 327개사 중 105위였다. 그 중 최다 관객 동원작은 관객 3,772명이 관람한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였다.
도키엔터테인먼트의 역대급 배급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월 16일에 <음란한 꽃의 여름>을 비롯해 무려 7편을 동시 개봉시키며 역대 최다 동시 배급 기록도 세웠다. 기존 기록은 6편으로 케이알씨지가 2015년 2월 12일에 <다락방의 비밀 무삭제판> 등을 배급하며 세웠다. 이후 도키엔터테인먼트가 3번에 걸쳐 케이알씨지의 6편과 동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명영화’를 가장 많이 배급한 회사도 이 곳이다. ‘한명영화’ 233편 중 80편이 이 배급사의 영화다. 관객 1명 최다 출연배우도 여기서 나왔다. ‘아라이 마도카’가 총 4회 출연했다.
눈치 챘겠지만 도키엔터테인먼트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 2015년 역대 기록들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니까 이 기록들은 IPTV용 콘텐츠가 어떻게 영화관에서 유통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 마을’ 세대라면 ‘OO극장 개봉작’을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유통구조를 폄훼할 필요가 없다. 도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뉴스에 나오지 않는’ 2015년 역대 기록들은 ‘뉴스로 많이 뽑힌’ 2015년 상위권 기록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우선, 역대 최다 ‘한명영화’ 기록은 2015년에 갱신된 역대 최다 개봉작 1,208편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한명영화’를 빼면 2015년에 2명 이상 관람한 개봉작은 975편으로, 2014년 1,054편보다 감소했다. 비교하자면, 관객 100만 명 이상 상영작의 비중도 1.4%(49편)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도 2014년까지 존재했던 ‘0명 개봉작’이 2015년에는 없기는 하다(‘0명 상영작’은 2015년 152편, 2014년 208편, 2013년 269편.).
‘단관영화’의 전체 비중이 74%였다. 이렇게 비교해보자. 평균 스크린수 34개를 초과하는 상영작은 10%(353편) 밖에 되지 않는다. 2015년 관객 100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의 최소 스크린수는 500개다. 그런데 500개 이상을 확보한 상영작은 2%(69편)에 불과했다.
‘1회 상영작’이 29%나 됐으니 스크린 당 평균 누적상영 횟수 47회
결국 매출 문제다. IPTV용 콘텐츠를 변칙 상영이라도 해야 하는 영화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영화 탓을 하며 상업영화에 스크린과 상영 횟수를 충분히 할애하지 않는 영화관도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