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에 입사한 새내기 A씨는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동기들과 함께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송년회 장기자랑으로 아이돌 춤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준비 시간이 촉박해지자 단기 속성으로 춤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찾았다.
최근 신입사원들이 나이 지긋한 임원, 부장들과 선배들 앞에서 송년회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의무감과 압박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병원에 취업한 B씨는 “나이 스물 일곱에 신입이라고 송년회 장기자랑을 시켜서 대학생 오리엔테이션 때 이후 처음으로 춤을 연습하고 있다”며 “요새 쉬는 날까지 반납하고 에이핑크 춤을 추고 있는데 누굴 위한 장기자랑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C씨도 “무대공포증이 있는데 신입사원이라고 무조건 사람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해야 하다니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함께 송년회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신입 중에는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사람들도 있는데 다들 몇 주째 회의만 하면서 어떤 춤을 준비해야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담에 일부 신입사원들은 댄스학원에 등록해 속성으로 아이돌 춤을 배우기도 했다. 1인당 약 8~10만원 정도를 부담하면 약 4시간 동안 노래 한 곡의 춤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화문 근처나 강남 등에 위치한 댄스학원은 그동안 국내 유명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 병원, 로펌 등이 장기자랑을 위해 속성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장기자랑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 걸그룹 의상을 빌리거나 서로 춤이 맞을 때까지 합숙 연습을 강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 한 회사는 여직원들에게 치마를 입고 걸그룹 춤을 춰야 한다는 압박을 공공연하게 가하면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남자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에서 장기자랑이랍시고 화장하고 여성 옷을 입고 걸그룹 춤을 줬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신입들은 입사 전부터 송년회 장기자랑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무보조로 입사 예정인 D씨는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한민국 남녀 직장인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28.7%는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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