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소식에 침묵을 지켰다.
안 전 대표가 탈당을 발표한 13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 머물던 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4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한말씀 해달라”는 기자들 질문에 별다른 답변없이 옅은 미소만 지은 문 대표는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날 최재성 총무본부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안 전 대표 탈당 소식이 전해진 뒤 차례로 문 대표 자택을 찾았다. 진 위원장에 따르면 문 대표는 “좀 쉬면서 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정국을 어떻게 할지 구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정국 구상에 관계없이 ‘친노 세력’은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간담회를 개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분열 봉합을 위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김성곤 이미경 이춘석 의원, 노웅래 박병석 원혜영 의원을 ‘특사’로 파견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를 찾은 의원 6명 중 안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 최 총무본부장, 진 위원장 등 당내 ‘주류 핵심 세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탈당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안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기식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당에 문제가 있으면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그만두거나 해야 한다. 그것이 당을 선택한 자기 결정에 대한 자기 책임이다. 그래서 탈당은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는 글로 안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안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한 김한길 전 대표는 “야권통합을 위해 어렵사리 모셔온 안철수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14일 오전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가 탈당하기 전 칩거를 이어갈 때에도 ‘마이 웨이’ 행보를 보인 문 대표인만큼 당내 개편 작업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계속된 ‘친노’와 과거 민주계가 주축이 된 ‘비노’의 당내 갈등에서 친노 세력이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점 역시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친노 그룹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욱 결집된 모습을 보여줬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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