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95번 고속도로. 그 중심부에 자리잡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 도로는 이번 주초부터 대형 트레일러 통행이 부쩍 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95번 고속도로에 인접한 볼티모어 브로닝하이웨이에 지난 3월 문을 연 아마존 물류센터때문이다. 이곳 물류센터에서는 미국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26일)과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27일) 그리고 새로운 쇼핑포인트로 부상한 사이버먼데이(30일)을 앞두고 24시간 내내 주문 배송을 위해 대형 트레일러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과거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월마트, 타겟 등 할인점을 향하는 승용차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아마존, 이베이 등 물류센터를 오가는 트럭 행렬이 도로를 장악했다.
미국에서 1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겟의 경우 직원들은 매장 안에서 온라인쇼핑몰인 타겟닷컴을 통해 들어온 주문물품을 배송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추수감사절 휴일에 값싼 상품을 선점하려는 쇼핑객들이 문 앞에 줄을 서 있어야 했다.
딜로이트컨설팅에 따르면 올해 추수감사절 연휴 쇼핑은 매장방문이 36%에 그치고 59%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중 PC가 32%, 스마트폰이 21%, 태블릿 주문이 6%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어도비는 특히 올해 사이버먼데이 온라인 매출규모가 3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매출을 크게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소비주도층으로 부상하면서 불편하게 줄을 서서 대기하는 쇼핑객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오히려 인파가 북적이는 쇼핑센터를 피하려는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고객들의 쇼핑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워싱턴DC 인근의 최대 쇼핑몰인 타이슨스코너는 추수감사절 저녁에도 예전과 같은 인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차공간이 넉넉했고 백화점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도어 버스터’도 없었다. 파리 테러 이후 추수감사절에는 타이슨스코너 방문을 피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팰리세이즈몰 베스트바이에서도 예년처럼 할인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입장하자마자 경쟁적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6일 이른 아침 매장을 찾은 마크 고든씨는 “오전 6시30분께 매장에 도착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한명 밖에 없어 좀 놀랐다”고 말했다. 매장이 오픈하는 오후 5시까지 대기 행렬은 300여명에 그쳐 예년에 비해 크게 짧아졌다는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인근에 자리잡은 대형 복합소매매장 타겟도 차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카트에 TV와 음향기기, 청소기 등을 담는 고객들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다.
투자회사인 LPL파이낸셜 관계자는 “과거보다 블랙프라이데이 중요성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할인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확 늘어난데다 연중 상시 할인행사가 많아져 굳이 긴 줄을 서야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만난 캐서린 리씨는 “블프 때 사려고 구입을 미뤄뒀던 다이슨 진공청소기가 250달러에 나왔는데 이는 평소 코스트코에서 살 수 있는 가격과 거의 같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연말까지 이어지는 미국 최대 쇼핑 시즌 수혜주는 유통ㆍ제조업에서 운송ㆍ플랫폼ㆍ광고업체로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쇼핑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대형마트·백화점을 통한 거래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포함한 온라인 쇼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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