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새롭게 발표한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을 놓고 영화계에선 크고 작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위탁수행자 선정결과를 무효로 하고, 본 지원사업의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보다 심각한 문제가 최근에 발표한 영진위 사업이다. 이 사업이야말로 예술영화전용관, 독립영화, 다양성영화에 굉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업 발표 이후 문 닫는 극장이 많아지고 있고, 멀티플렉스에서 발현된 다양성영화만 살아남을 수 있지, 작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극장은 오히려 더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영진위, 위탁사업자 선정은 적절하지 못했다?
영진위는 지난 8월7일부터 13일까지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위탁수행자 공모접수를 실시, 사단법인 한국영화배급협회 등 1개 단체가 접수했다. 이에 지난 8월19일부터 25일까지 재공고 접수해 위탁수행자 공모접수를 진행했다.
재공고 접수에도 사단법인 한국영화배급협회 등 1개 단체만 접수했고, 해당 단체에 대한 위탁수행 가부 결정을 위한 예비심사를 거쳐 한국영화배급협회를 2015년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위탁수행자로 최종 의결했다.
영진위는 “기존사업의 지적사항들에 대한 보완사업으로 추진된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의 위탁수행자 선정심사에 대해 사업 첫 해라 발생하는 영화 관련 업계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신청단체가 1개 단체뿐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모쪼록 동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어 한국예술영화, 독립영화의 관객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은 “영진위는 위탁수행단체 선정이유에서 ‘사업계획과 수행능력 등을 평가해 한국영화배급협회를 위탁사업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탁수행단체 공모에 단독 신청해 선정된 한국영화배급협회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극장배급에 있어 어떤 활동경력이 있는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제작과 배급 등 일련의 유통 과정에 어느 정도의 이해와 경험을 가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더불어 위탁수행단체 공모에 1개 단체만이 참여한 결과를 두고 어이없게 ‘홍보부족’이라고 분석할 정도로, 본 지원사업과 관련된 현안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영화배급협회의 전신은 1999년 설립된 한국영상협회로 설립 이후 지금까지 비디오산업의 이해당사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왔다. 이런 단체를 ‘극장 개봉을 통한 예술영화의 관객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본 지원 사업의 위탁수행단체로 결정한 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결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는 “영화와는 관련 없는 비디오 유통하는 단체다”며 “극장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데 관련 없는 단체에 지원사업금 중 10%를 주면서까지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부적절한 위탁수행단체 선정 문제와 관련해 “심사기준을 놓고 판단해서 선정된 단체고 심사기준에 적합하니까 선정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 위기의 예술영화관
거제아트시네마, 씨네코드 선배 등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대상 제외된 예술영화전용관은 이미 폐관하거나 폐관 위기에 놓여 있다. 사업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적자가 불어나면서 ‘폐관’이라는 최후책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운영을 이어가는 예술영화관이 적지 않은 가운데, 영진위가 운영지원 사업을 유통 배급지원 사업으로 개편하면서 예술영화관의 활로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그나마 운영지원 사업은 독립, 예술영화가 안정적으로 개봉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었지만 유통 배급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원작을 선정하고 상영할 극장을 확보하는 등 지원 사업 전 과정을 위탁업체가 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위탁단체가 비디오산업의 이해당사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오던 기관이라 부적절하다는 게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은 “이번 위탁사업체 선정과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의 강행은 영진위가 예술영화전용관, 독립영화계와 함께 십여 년간 진행해온 오래된 문화 예술적 합의를 깨뜨린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발생할 예술영화전용관과 독립영화 배급의 위축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영진위가 합당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용근 감독은 “한 해 수백편의 독립예술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위탁단체가 정한 소수의 영화를 가지고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의 근거로 삼는다는 전제부터 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정할지도 의문이고, 선정되지 못한 수많은 영화들이 받게 될 역차별에 대해선 왜 생각하지 못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독립예술영화관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이 저해 받게 되면 관객의 영화선택권을 비롯한 다양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나 주제를 다룬 영화들은 관객과 만나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검열로 작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진 대표는 “위탁단체가 선정한 1년에 48편의 영화, 그 중에 24편의 극장 재량권을 가지고 영화를 상영하라는 것인데 예를 들면 같은 시간대에 아트나인에서 틀어야하는 영화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틀어야 하는 영화가 똑같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양성 정책이 말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주에 16편 정도가 개봉하면 그 중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반 이상이다. 하지만 영진위 사업이 진행되면 다양한 영화가 걸릴 수 없게 된다. 이건 말살이다. 정치적인 이슈가 있는 영화들은 선정하지 않는 점도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영진위가 운영하고 있는 인디플러스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다이빙벨’이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관도 안됐던 극장이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과연 반정부적인, 민감한 영화의 경우 위탁단체가 선정하지 않을 경우 말살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영진위도 입장을 내놓았다. 영진위 관계자는 “선정된 작품만 내내 틀라는 것도 아니고, (발표한 사업이) 자유 침해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발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취지로 개선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예술영화관 자체에 위기가 있을 거다. 오늘 내일 하는 곳은 다 문 닫을 상황이다. 현재 예술전용영화관, 독립영화계는 보이콧을 하고 있다. 위탁단체가 출범을 했지만 선정해달라고 한 작품도 두 작품뿐이다”고 덧붙였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