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알리는 입동(8일)을 지나 소설(小雪·2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길어진 밤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면장애, 즉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일반적으로 잠을 7~8시간 자야한다. 양질의 잠은 뇌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및 치매를 예방하고 당뇨, 골다공증 등의 예방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수면중에는 매일 5000억~1조개의 세포가 재생된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세포재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다.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는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거나 수면을 충분히 취해도 낮 동안에 몽롱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일본수면의학협회 오타니 노리오 이사장(‘기적의 수면법’저자)은 “수면장애는 불면증, 무호흡증후군 등 무려 107가지나 있으며, 밤 중에 몇 번씩 깨는 증상도 수면장애의 하나로 본다”며 “수면장애는 작업효율 저하에 따른 손실, 결근,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 등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며 일본의 경우 연간 3조 4000억엔(약 30조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2년 35만 8000명에서 지난해 41만 4000명(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으로 2년새 5만 6000명이나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8만 81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70대 7만 5917명, 60대 7만 2211명, 40대 6만 3638명 순이다. 특히 50대 여성들은 5만 5393명에 달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은 “여성은 월경, 임신, 출산, 폐경 등 생애주기에 따른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수면장애 발생률이 높다”며 “특히 폐경이 찾아오는 50대는 성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이 시기 여성의 50%이상이 불면증, 수면중 각성,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수면은 비렘수면(NREM, non-rapid eye movement)과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으로 나뉜다. 렘수면은 얕은 잠으로 몸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데 뇌가 활발히 움직이는 상태다. 렘수면때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거나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기도 하고, 꿈을 꾸기도 한다. 전체 수면의 75~80%를 차지하는 비렘수면은 깊은 잠을 말하며, 뇌와 몸이 모두 쉬고 있는 상태로 뇌의 온도가 내려간다. 성장호르몬이 듬뿍 분비되는 것도 비렘수면일때다. 인간의 성장과 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주로 간에 작용해 연골세포를 증식하는 물질을 분비해 뼈의 성장을 촉진한다. 또 근육에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심장 등 여러 장기와 기관의 발육에도 관여한다.
비렘수면은 다시 1단계, 2단계, 3단계 수면등 세 단계로 구분되며, 3단계는 서파(徐波)수면으로 가장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이다. 나이가 들면 3단계 서파수면의 깊은 잠이 줄어들고 렘수면이 빨리 찾아오며, 수면중 각성의 빈도가 늘어난다.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촉진과 분비가 잘되지 않으며,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통증 및 밤사이 증상악화로 노인들이 수면장애를 많이 겪게 된다. 멜라토닌은 수면효과가 있는 호르몬으로 아침 햇살을 쬐고 14~16시간이 지나면 왕성하게 분비되기 시작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하루를 생활하는 건강한 사람은 오후 7~11시쯤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잠이 온다. 멜라토닌은 수면효과 뿐만 아니라 항산화작용(몸안의 활성산소 제거), 노화방지, 항암작용, 생식샘 억제작용(성조숙증 지연), 스트레스완화, 면역력 상승, 골다공증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수면은 낮 동안 축적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회복하고, 면역증강 물질을 분비시켜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낮동안에 학습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도 수면 중에 이뤄진다”며“수면장애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두통, 소화장애, 심혈관계 증상이 나타나며 고혈압, 뇌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수면장애)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코콜이나 수면무호흡 증상은 수면 중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코골이는 수면중 목젖 뒷부분의 기도가 좁아져서 공기가 그 사이를 지날 때 점막이 떨려 생기는 현상이다. 코골이가 심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시간 수면무호흡증상이 이어지면 심장질환, 뇌경색,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코골이 증상을 갖고 있다.
정신과질환도 불면증과 관계가 높아 불면증 환자의 약 35%가 정신과질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능을 하는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위장운동이 저하되는 반응이 나타난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심장박동 저하와 소화기관의 운동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교감신경 활성화, 부교감신경 저하로 신체가 흥분된 상태가 되어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랩탑, 전등 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시켜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질 좋은 수면을 취하려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야한다고 오타니 노리오 일본수면의학협회 이사장은 강조한다. 우리 몸은 보통 잠들기 전에 체온이 올라가고 잠이 들면 체온이 내려가 설잠을 잘 가능성이 높다. 수면중 체온은 1~1.5℃ 내려간다. 체온이 내려가면 면역력은 35%, 기초대사량은 15~25% 떨어진다. 하루에 최소한 30분이상 햇빛을 쐬는 것도 좋다. 햇빛을 받으면 낮에는 세라토닌(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되어 암, 골다공증, 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밤에는 메라토닌 분비를 유도해 불면증을 해소할 수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불면증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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