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 매번 ‘난전’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수월’한 적이 없었다. 선수들의 말을 빌려 거슬러 올라가면, 단판에 대한 ‘스트레스’는 누구보다 일찍 찾아왔다.
두산은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피 말리는 싸움을 벌였다. 넥센과 3위 싸움이 치열했다. 패배는 곧 4위였던 시기, 두산은 똘똘 뭉쳐 두 판을 내리 이기며 3위를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그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신적인 후유증은 컸을 터. 육체적인 피로는 경기를 할수록 쌓여갔다. 계속 극적으로 이기면서 잘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두산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쳤다. 그리고 난관을 헤쳐 나갔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두산은 2년 전과 많은 게 비교됐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 과정이 드라마틱했다. ‘미라클 두산’이라는 수식어까지 달렸다. 비슷해도 다르다는 게 두산의 입장이었다.
↑ 두산은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에 8-9 역전패를 했다. 사진(대구)=옥영화 기자 |
정수빈은 그날 3타수 2안타 1사구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시리즈 첫 판마다 펄펄 난다는 그 공식은 이번에도 성립됐다. 하지만 정수빈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6회 이후 두산은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했다. 8-4로 달아나며 승기를 굳히는가 싶었지만 7회 나바로에 3점 홈런을 맞더니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무적의 마무리 이현승 카드도 소용없었다.
문제의 7회만 되짚어 보면, 두산의 완패였다. 유희관→함덕주→노경은→이현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전혀 매끄럽지 않았으며, 끝내 버티지도 못했다. 대량 실점. 결과론적으로 1점 차 ‘분패’였다. 나바로를 상대한 함덕주의 5구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었다면, 그리고 오재일이 이현승의 송구를 잘 잡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산은 이렇게까지 ‘큰 상처’를 입었다.
두산은 미스 플레이가 이어졌다. 4회 이승엽의 높이 뜬 타구가 2루타로 ‘둔갑’한 것부터 이상징후였을지 모른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미스 플레이였다. 하지만 실수를 범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정신력보다 육체가 먼저 힘이 빠진다. 두산에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삼성이 승부를 뒤집었다. 류중일 감독은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다고 했지만, 삼성이 잘 했다기보다 두산이 못했다고 봐야 한다. 그 순간의 몇 번 미스 플레이가 화를 불렀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이렇지 않았다. 실책이 없지 않았으나 이렇게 빈번하진 않았다. 또한, 최근 닷새 동안 71구를 기록한 이현승도 결국
두산은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계속 쌓여가던 피로는 두산의 어깨를 짓눌렀고, 발목을 잡았다. 두산의 자멸, 실력 이전에 마음 같이 안 따라준 몸의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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