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269년 전통의 명문 사립 프린스턴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2008년 폴 크루그먼, 2011년 크리스토퍼 심스에 이어 4년 만에 앵거스 디턴 교수(69)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자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한껏 들떴다.
이날 오후 1시30분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기자들을 포함한 3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큰 덩치에 푸근한 인상을 지닌 디턴 교수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참석자 모두 자리에 일어나 우뢰와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디턴 교수는 사회자의 소개 과정에서 그의 최근 저서가 언급되자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성장을 통한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디턴 교수는 역시 대표적 성장론자 답게 기자회견의 첫 대답을 ‘성장 중시’ 메시지로 시작했다. 그는 “저성장이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면서 “선진국 조차도 저성장 늪에 빠져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도 그들 자력으로 경제성장에 매진하는 게 가난을 탈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지난 200년간 세상은 궁핍한 상태에서 보다 풍요로운 삶이 가능한 곳으로 변했는데 그 원동력이 성장”이라며 성장을 통한 빈곤 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물론 맹목적인 낙관론은 경계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7억 명이 아직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며 “빈곤층은 앞으로도 계속 감소하겠지만 이들의 건강문제나 기후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또한 불평등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자들이 규칙을 만들어나가고 나머지는 이에 복종해야 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기본적으로 좋게 본다”면서도 “성인과 어린이들이 엄청난 보건상의 문제를 안고 있고 어린이의 절반은 영양실조 상태라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미 중년층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소득 불평등과 낮은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빈곤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묻자 “대학생이 된 뒤에도 한참동안 돈이 부족했다”고 개인적 배경을 언급했다. 그의 부친은 에든버러의 가난한 광부였지만 교육열을 갖고 그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디턴 교수는 기자회견 뒤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한국 상황에 대해선 정확히 모르지만 빈부 격차의 심화는 유럽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중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회견 직후 가진 리셉션에는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 디턴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턴 교수는 경제 성장을 소득의 관점 보다는 소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며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프린스턴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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