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연예인 父子와 母女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집안 사를 털어놓는다. 어색했던 부모 자식 간의 거리는 함께 지내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서서히 좁혀진다.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내 자식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기억 속에 흐릿하게만 자리 잡고 있던 부모님의 인생을 자식들은 다 크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다. 출연진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깨달은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시청자들 또한 부모님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어든다. 이런 전형적인 설정이 출연진만 바뀌어서 나온 듯 반복되는데도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추석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MBC ‘위대한 유산’ 얘기다.
‘위대한 유산’은 바쁜 활동 등의 이유로 가족에게 소홀했던 연예인들이 부모의 일터로 함께 동반 출근해 부모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설 연휴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가 13.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전체 파일럿 프로그램들 중 1위를 차지했고 MBC ‘복면가왕’이 9.8%를 기록, 2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이 두 프로그램은 일요일 황금시간대 정규 편성돼 주말 예능을 담당 중이다.
↑ 사진=위대한 유산 캡처 |
그리고 이번 추석에도 역시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자 했다. 그중 가족예능인 ‘위대한 유산’은 ‘아빠를 부탁해’와 비슷한 콘셉트로 정규편성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위대한 유산’은 가족 예능의 뻔한 설정 속에서도 뻔하지 않았다. 출연진의 진정성 덕분이다. 이날 김태원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됐다. 김태원은 “아들 우현이는 애착장애가 있는 자폐아다. 부모한테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은 거다. 이제는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위대한 유산’을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들을 미워했던 때가 있었다. 엄마한테 모든 걸 떠맡겼고, 엄마는 아이들과 해외에 있었다. 나는 다소 비겁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게 미안하고 이제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후 김태원은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성장해나가는 아들을 흐뭇하게 지켜봤고, 자신의 콘서트에 아들 덕분에 탄생한 곡이라고 소개하며 ‘네버엔딩스토리’를 우현이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연주를 마친 우현이를 바라보며 김태원은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아들을 너무 믿지 못 해 미안했다”며 “무대 위에서 울컥했다. 그렇게 끼가 많은지 몰랐고 아빠로서 자격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테이프를 끊는 데 15년이 걸렸다. 이제 시작이다. 아들에게 가장 남겨주고 싶은 건 기억이다. 내가 없어지더라도 우현이 기억 속에는 내가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을까. 좋은 아빠의 기억만을 물려주고 싶다. 그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산이와 에이핑크의 보미는 청소부로 일하는 아버지의 일터,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찾아가 같이 일하면서 부모님의 노고를 몸소 느끼게 됐다.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가족의 수난사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쌓여있던 오해들도 말끔하게 풀렸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청자들과 출연진이 느낀 여운은 컸다. 명절의 가족 예능 성공 공식이 이번 연휴에도 통한 걸까. 이들이 가족과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은 추억 속에 사라져갔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