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원작 영화 감독과 표기 문제로 갈등을 빚었으나 최종적으로 원만하게 합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방송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취업난으로 경제활동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20~30대 청춘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이른바 '잉여'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2013년 발표됐던 동명 독립영화의 정식 TV판을 표방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연출을 맡은 손창우 PD는 2년 전 영화 개봉 당시 받은 감동과 흥미를 바탕으로 지난해 여름, 이호재 감독을 만나 영화 내용을 모티브로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뜻을 같이 한 사실이 방송 전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이 같은 부분이 제대로 TV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이호재 감독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호재 감독은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예능판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감독은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원작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면서 "표절과 모티브의 가장 큰 차이는 모방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과 그렇지 않음에 있다. 진실은 단순하고 정직은 단단하고 진리는 단아한 법"이라고 적었다.
이 감독은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중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모티브임을 명시하는 단 하나의 조건으로 원작자로서 그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콘셉트와 타이틀에 대해 동의를 했다. 하지만 정작 본 방송에는 내게 감사하다는 짧은 코멘트뿐이었다. 내게 받은 도움이 아닌, 모든 걸 영화에서 복제하듯 붙여 넣고 말이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어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나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 맴버들을 비롯 영화를 애정해주셨던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작게나마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죄송한 마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내 이름 따위가 아닌 원작의 모티베이션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했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결여 돼 실망스러울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예능판 연출자인 손창우 PD는 이호재 감독과 전화통화를 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손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작진으로서는 예우를 갖춰 자막을 제작하고 사전에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영감을 얻은 원작을 알렸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감독님과 원만하게 협의를 마쳤고 2부 때는 감독님이 원하는대로 최대한 자막을 넣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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