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옥션_김환기 03-II-66 |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0년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였다. 부인 홍씨는 그리운 마음을 담아 시집올 때 입은 붉은 치마 다섯폭을 남편에게 보낸다. 뭉클해진 남편은 그 치마를 오려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에게 훈계의 말을 쓴다. 이를 하피첩(霞?帖)이라 이름했는데, 이는 붉은 치마라는 뜻이다.
애절한 사연을 담은 다산의 하피첩이 9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됐다. 추정가 3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 사이다. 조선 세조 때인 1459년 목판으로 간행된 월인석보 2권(보물 제745-3호)도 추정가 3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에 나왔다.
이달 14~15일 열리는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 무려 보물 19점이 쏟아진다. 보물이 경매에 한꺼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보물 19점 중 18점이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김민영 전 부산저축은행장의 개인 문화재 컬렉션들이다. 당시 ‘무가지보’로 회자됐던 ‘월인석보’와 ‘경국대전’ 목판본이 소유권이 정리되며 서울옥션 위탁경매에 나온 것이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보물이 얼마에 팔리지, 또 미술애호가들이 얼마나 참여할 지 주목된다.
K옥션도 서울옥션 경매 다음날인 16일 총 177점, 추정가 83억원의 미술품을 경매에 부친다. 화단의 블루칩인 김환기의 1966년작 추상화 ‘3-II-66’가 추정가 12억~20억원 사이에 출품된다. 종이에 그린 작품을 비롯한 김환기 7점도 같은 경매에 나온다. 근현대 거장들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박수근의 ‘귀로’(6억원), 이중섭의 부산 피란 시절 대표작 ‘문현동 풍경’(1억5000만~2억5000만원), 천경자의 미인도 ‘신디’(4억8000만~7억원), 장욱진의 ‘집’(1억2000만~1억7000만원), 이인성의 ‘월미도 풍경’(2억~3억5000만원)이 눈길을 끈다.
미술 성수기인 가을 화단에 국내 양대 경매사의 빅매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보물로 무장한 서울옥션에 더 무게감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K옥션 또한 근현대 거장들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맞서고 있고 결과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관전 포인트는 단색화 열풍이 고미술과 근현대 거장으로 이어질 지다.
서울옥션은 14일 김 전 행장의 소유였던 예금보험공사 압류품 91점을 ‘책의 기운 문자의 향기’로 경매에 부치며, 15일에는 근현대와 고미술 169점을 137회 메이저 경매라는 이름으로 연다. 이틀간 경매 추정가 총액은 110억~160억원이다. 국내 메이저 단일 경매에서 추정가가 100억원을 넘은 것은 근래에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선의 통치체제의 대강을 규정한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은 보물 제1521호로 1470년작. 추정가가 1억2500만원에서 2억원 사이로 출품된다. 해외로 유출됐다가 지난 7월 스위스 경매를 통해 일부가 돌아온 범어사 칠성도 2점도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눈길을 끈다. 저마다 사연 있는 작품들이 경매에 총출동하는 셈이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9월 경매는 국내 미술 경기 회복 국면이 더 지속될지, 약간 조정을 거칠 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오는 10월과 11월 홍콩에서 국내 경매사의 경매가 네차례 이어질 예정이
서울옥션 경매 출품작은 14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경매는 14일 오후 4시와 15일 오후 5시30분. (02)395-0330 K옥션 프리뷰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경매장에서 진행된다. 경매는 16일 오후 5시. (02)3479-8888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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