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보면 한 자리에서 빙빙 돌거나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들의 모습 종종 보셨을 겁니다.
사람으로 치면 자폐증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동물 정신병에 걸린건데요.
사람도 행복하고 동물도 행복한 그런 동물원은 만들 순 없는 걸까요?
윤범기 기자입니다.
【 기자 】
우리나라에 단 두마리 밖에 없는 북극곰 중 하나인 남극이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좁은 우리 양쪽을 끊임없이 왔다갔다 합니다.
거대한 코끼리는 코를 시계추처럼 좌우로 계속 흔들어댑니다.
철창 속에 갖힌 불곰이 바닥에 흘린 소변을 핥아먹는가 하면,
사육장 속의 타조는 옆에 있는 친구의 털을 계속 쪼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일종의 정신병에 걸린 겁니다.
이런 '정형행동'은 틀에 박힌 것처럼 의미없이 반복되는 행동으로 자폐증 아동에서도 자주 목격됩니다.
늑대나 사자 등의 맹수는 우리를 빙빙 도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먹을 수 없는 물체를 음식처럼 핥거나 씹는 행동도 포함됩니다.
넓은 행동반경을 가진 야생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두다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겁니다.
▶ 인터뷰 : 전채은 /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 "갇혀있는 곳은 아무래도 한정이 되다 보니까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서 거기에 나름대로 적응하려고 하는 정신적인 행동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진주의 한 동물원에선 불곰이 암사자를 공격해 죽게 했고, 호랑이나 사자의 공격으로 사육사가 사망하는 사건도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친환경 동물원으로의 변화가 시급해 보입니다.
MBN뉴스 윤범기입니다. [ bkman96@mk.co.kr ]
영상취재 : 김재헌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