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에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이 ‘캐스팅 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1)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을 해임하기 위한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신동빈 회장 체제가 더 확고해졌다. 하지만 앞으로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 지분을 둘러싸고 반격에 나설 경우 2차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형제의 누나이자 롯데 계열사에 적지않은 지분을 보유한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신 이사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94)과 함께 일본에서 돌아왔다. 신 이사장은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주요 이사진을 해임시켰다.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을 도와 신동빈 회장에 맞서 ‘쿠데타’를 시도한 셈이다.
신 이사장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롯데 지분을 합칠 경우 신동빈 회장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우선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주요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의 지분율은 2.52%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인 3.95%를 더할 경우 신동빈 회장의 5.34%를 넘는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은 6.83%로 롯데제과 최대주주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대두되는 롯데쇼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 이사장의 지분은 0.74%로 많지 않지만 신동빈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의 지분 차가 0.01%에 불과한 만큼 신 이사장의 지분이 결정적 역할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칠성음료(2.66%)와 롯데정보통신(3.51%), 롯데푸드(1.09%)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와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쥔 신동빈 회장이지만 만약 신영자 이사장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지분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그동안 롯데 경영권에 나서지 않아 왔지만 이번 일본행을 기점으로 경영권 싸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후 롯데백화점 설립부터 관여해 부흥을 이룬 ‘롯데 공신’으로 총괄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2년부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롯데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등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총괄해오고 있다. 현재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에서 비상근 사장직도 맡고 있다.
만약 신 이사장 지분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형제간 지분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3년 신동빈 회장이 100억23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리자 신 전 부회장이 반격에 나서 지분을 3.52%로 늘린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계열사끼리 얽힌 대표적인 순환출자 구조 그룹으로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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