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고민 많던 경기에 내세운 건 김병현. 25일 만에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꾸는 카드였지만 실패였다. 김병현은 2회도 버티지 못했다. 제구 난조에 자신감까지 잃은 듯 했다. 6일 전 경기와 유사했다. 김병현은 필립 험버를 연상케 했다.
선발투수의 조기 붕괴. 어느 팀에게나 마찬가지로 가장 힘들게 하는 ‘변수’다. 사기는 뚝뚝 떨어지고 준비한 전략을 제대로 펼치기도 어렵다. 마운드 운용은 꼬여 버린다. 험버는 지난달 26일 광주 두산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볼만 던질 뿐. 결국 2루수 김민우의 호수비 덕분에 아웃카운트 2개만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해 KIA 선발투수의 최소 이닝 경기였다. 일찌감치 분위기가 넘어가 KIA는 일방적으로 끌려가 완패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가장 힘들었던 경기”라고 표현했다.
2일 광주 한화전은 ‘판박이’였다. 김병현의 투구는 최악이었다. 1회 이성열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1개를 잡기가 어려웠다. 볼넷 2개와 사구 1개, 안타 1개를 내주고서야 첫 이닝을 마쳤다.
↑ 김병현은 2일 광주 한화전에서 2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KIA의 교체 타이밍은 좀 더 빨랐어야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6일 전과 달랐다. 이번에는 즉각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김병현을 고수했는데 결과는 김태균과 이종환의 연속 안타. 타구는 모두 같은 방향(우익수)이었다. 한화 타선에 집중 공략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상훈이 펜스를 맞히는 2루타까지 날리며 추가 득점을 올렸다. 스코어는 0-6.
권용관을 볼넷으로 내보내고서야 김병현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1⅔이닝 6피안타 3볼넷 2사구 6실점. 최악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컸다. 8번의 반격 기회가 있었고 7점을 얻었지만, 초반 흐름이 완전히 깨졌다. 결국
왜 김병현을 더 고집했을까. 고행이었다. 스스로 그 길을 걸었다. 좀 더 냉정했어야 했지만 결단력이 부족했다. 김기태 감독이 강조했던 진짜 승부가 펼쳐지는 7월, 짜릿했던 첫 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부끄러운 첫 패의 쓰라림이 더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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