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은 그간 사회 비판적, 정치적 이슈 등이 담긴 영화들을 선보인 임상수 감독의 도전이다. 후반부가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 시대 억눌린 젊은이들이 기득권 세력 혹은 갑질하는 이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것처럼 느껴져 짜릿하다.
임 감독의 전작들에서 본 듯, 아닌 듯 변주한 영화가 관객에게 재미와 유쾌함을 선사한다. 일단 가볍고 발랄하다. 11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신나고 즐겁게 촬영했다”는 류승범의 말이 무슨 말인지도 스크린을 통해 관객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지누(류승범)는 현재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경험했던 인턴. 재벌 회장(김주혁)의 자택을 주시하고 있던 지누네 회사 직원들은 그곳에서 나와 몰래 이동하는 남자를 추적한다. 하지만 모두가 실패.
인턴인 지누가 우연히 남자를 쫓는 데 성공하나, 남자는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레커차를 운전하는 나미(고준희)가 현장에 도착, 남자의 차를 끌고 폐차장으로 이동한다. 폐차장에는 나미의 동료 야쿠부(샘 오취리)가 있다. 한자리에 모이게 된 지누와 나미, 야쿠부는 수십 억 원이 든 트렁크 하나씩 챙겨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악당’이 되는데 동의한다. 물론 그들의 일탈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돈을 찾으려는 세력들이 세 사람을 궁지에 몬다.
임 감독의 연출도 연출이지만 류승범과 고준희의 연기가 칭찬받아 마땅하다. 두 사람은 임 감독의 연출에 따라 물 흐르듯 자유로운 영혼임을 과시한다. 탱글탱글 살아 숨쉰다. 류승범 특유의 에너지에, 고준희의 액션은 ‘왜 이제서야 단발머리에 숨겨놓은 재능을 보여준 건가?’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물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재미있는 액션을 담은 건 임 감독의 능력이겠지만 그걸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탁월하다.
또 아프리카계처럼 보이려 변장하고 대사하는 양익준도 빼먹으면 서운할 인상적인 캐릭터다.
재벌 회장 측 사람들의 품행이나 행실 등에 의도적으로 비판적 시선을 넣은 게 분명한데 임 감독은 “별 뜻 없다. 의미 없다. 영화를 편하게 즐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은 영화 곳곳에 배어난다. 그래서인지 악당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이들 3인이 기득권 세력에 한 방을 날리는 건 꽤 흥미롭다.
또 하나 인상 깊은 건 바로 지누의 헬멧. 굴레이자 억압일 수도 있는 헬멧은 지누에게 자기 욕구와 존재, 방어의 수단 등 다양하게 쓰인다. 화끈한 밤을 보내기도 하고 빵빵 터트리기도 하는 신선한 재료다.
후반부를 엽기적이나 잔인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도 있을 법하지만 그리 무리수는 아니다. 어려운 영화를 해왔던 임 감독의 본성에는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아닐까. 그렇다고 임 김독이 엽기적이고 잔혹스럽다는 건
전작들과 달라 보이는 때깔에 놀랄 관객들을 위해서인지, 출연진을 이용해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의 ‘뭘 그렇게 놀래?’로 마무리하는 센스도 임상수니 가능한 것 같다. 110분. 청소년관람불가.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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