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기부와 봉사에 앞장선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명예이사장(향년 86세)이 지난 21일 별세했다.
192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정 이사장은 1951년 부산에 임시로 설치된 서울대 공과대학 전시(戰時)연합대학에 다니며 학생 신분으로 고무신발 공장에 기술자로 취직했다. 이를 계기로 고무와 인연을 맺은 정 이사장은 1952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세워 34년간 공업용 특수고무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는 등 고무산업 발전에 힘썼다. 방적기에 들어가는 고무제품을 국산화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987년부터 서울대에 총 451억원을 기부해 공대, 인문대, 사회대 3곳에 신양학술정보관을 지었고 1998년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거의 잃은 상태서도 신양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에 매진했다.
정 이사장은 평소 “돈은 분뇨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한 곳에 모아두면 학위가 나지만 밭에다 고루 뿌리면 풍성한 수확을 거둔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2011년 부산공고 내 낡은 실습장을 기숙사(신양생활관)로 리모델링하는 비용 11억4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정 이사장의 아호(雅號)는 ‘신양(信陽)’으로 사업을 일으키던 당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믿을 것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뿐’이라는 신념에 따라 지은 이름이다.
1972년 국제로타리에 가입해 40년 동안 봉사활동을 한 정 이사장은 국내 최초의 ‘초아(超我)의 봉사인’ 수상자이다. 20년 넘은 오래된 양복을 입고 작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등 검소한 삶을 살았다.
정 이사장을 위해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2010년 발벗고 나서 ‘신양할아버지를 위한 감사이벤트’를 열러 고마움을 전한 적도 있다. 당시 행사를 준비했던 한 학생은 “학교선배이자 인생의 스승인 이사장의 격려가 아직
서울대는 정 이사장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장례절차 기간 내 빈소를 지키면서 발인을 맡아 진행한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고 발인은 23일(토) 오전 5시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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