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라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리얼하게 민낯을 드러낸 ‘프로듀사’ 첫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진 못했다.
KBS2 금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다. 박지은 작가와 서수민 PD가 손잡았으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가 출연해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 15일 방송된 1회 ‘본의 아니게 예능국’ 편에서는 KBS 예능국 PD들의 하루에 대한 내용을 담아냈다.
앞서 ‘프로듀사’ 제작진은 “예능국의 리얼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에 걸맞게 극의 초반은 ‘다큐3일’의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 신입PD들의 하루를 지켜보는 콘셉트로 촬영됐다.
그러나 너무 리얼을 추구한 탓일까. KBS 예능국 전반에 대한 설명과 각 캐릭터의 에피소드가 너무 루즈하게 진행됐다. 이는 결코 예능드라마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개방식일뿐더러, 시청자들에게 정말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또 1회 안에 너무 많은 걸 설명하려 한 탓에 정작 가장 중요한 스토리라인이 산만하게 흐트러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 중간중간 “나영석 PD 다시 못 데려오나?” “내가 원조 김태호 PD” 등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와 센스있는 유머코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신선하다” “독특한 맛이 있다”며 호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기대 이하” “너무 늘어진다”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식의 부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다.
입사 8년차 1박2일 PD 라준모 역의 차태현과 예능국 쌈닭 PD 탁예진 역의 공효진, 어리버리 신입 PD 백승찬 역의 김수현과 섹시 톱가수 신디 역의 아이유까지.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이같은 혹평을 받는 이유는 역시 지나친 리얼리티 강조와 루즈한 연출 탓이 크다.
차태현이 ‘프로듀사’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는 재밌는데, 시청자들은 재미있어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던 것이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났다. 연예계 관련 종사자라면 극의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웃음 포인트를 찾아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생소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저 KBS 예능국을 견학한 느낌만 받았을 뿐, 공감도 재미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게 가장 문제점이다.
‘프로듀사’ 첫방 시청률은 10.1%로 선방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이 주류인 이상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설상가상 비슷한 시간대 방송되는 tvN ‘삼시세끼-정선편’ 시즌2도 호평
초반 시청자들의 입소문이 향후 프로그램 흥망의 당락을 결정짓는 만큼, 오늘 방송하는 2회가 중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지금까지 본 대본 중에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만큼, 2화부터는 탄탄한 내용과 재미가 더욱 도드라지길 기대해본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