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손수현, 배우가 되기 위해 짊어진 책임감

[MBN스타 손진아 기자]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블러드’에서 최대 수혜자는 배우 손수현이라 꼽을 수 있다. 극의 반전을 제대로 선사한 그는 브라운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민가연으로 등장했던 손수현은 극 초반부엔 쑥스러움도 많고 다소 어리바리한 성격을 띤 인물이었다. 그러나 중반부에서는 이재욱(지진희 분)의 수하 뱀파이어라는 정체를 드러내면서 최고의 반전을 선사했다.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던 그는 막상 끝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비록 드라마의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 손수현에게 있어 ‘블러드’는 첫 드라마였고, 설렘과 호기심으로 다가갔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 사진=곽혜미 기자

“‘블러드’가 첫 드라마였는데, 처음에 드라마 스케줄 적응하는 데 있어 힘든 게 없지 않아 있었다.(웃음) 하지만 적응하고 나니까 재밌었다. 스태프들이랑 하루 종일 붙어있으니까 정이 많이 들었었다. 첫 드라마라서 조금 더 남달랐던 것 같았다.”

첫 드라마였기에 기대도 있었지만 부담도 상당했을 것 같았지만 그는 드라마 촬영 현장을 잘 몰랐었고, 상상도 잘 안됐었기 때문에 오히려 걱정보단 기대가 컸다. 그렇게 기대를 잔뜩 품고 간 첫 촬영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손수현은 “첫 촬영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첫 촬영이 면접 보는 신이었다. 긴장하고 있어도 됐던 장면이었고, 그 장면은 실제 긴장한 내 모습이기도 하다”며 발그레해진 얼굴로 웃어보였다.

손수현은 드라마에 필수요소가 돼버린 반전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맡은 만큼 감쪽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어야 했다. 이미 대본리딩 때 제작진에게 민가연의 비밀을 엿들었던 그는 부담감보다는 ‘과연 속을까’라는 의구심이 앞섰다. 그러나 그의 반신반의하는 마음과 달리, 안방극장에 소름을 선사했고, 그의 연기를 성공적이었다.

“대본리딩이 끝나고 작가님을 통해 민가연의 비밀을 듣게 됐다. 나도 내가 인간인 줄 알았다. 비밀을 알고선 충격을 받았었다. 과연 사람들이 속을까 싶었었는데 많이들 속은 것 같았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서 기사나 반응을 확인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뱀파이어 분장을 한 번도 안했다는 거다. 정말 해보고 싶었다.(웃음)”

아무래도 손수현에게 ‘블러드’는 첫 드라마이자 처음으로 드라마 촬영 현장을 접하게 만들어준, 모든 게 낯섦으로 가득한 환경을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항상 처음인 상황이 많았기에 힘든 점도 많았을 것이고, 극복해야 할 점도 많았다. 이에 대해 물으니 손수현은 “잠 때문에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내가 잠이 너무너무 많다. 그래서 잠 때문에 힘든 게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쉴 틈이 있는데 안재현, 구혜선은 첫 씬부터 마지막 씬까지 다 있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그들을 보고 매일 했던 말이 있다. ‘아, 나 같았으면 이미 죽었겠다!’”

손수현에게 ‘블러드’는 연기적인 면으로도 보고 듣고 배울 점이 참 많았던 현장이었다. 그는 두 얼굴을 가진 극과 극을 오가는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지진희와 호흡을 맞췄고, 한계에 부딪히거나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조언을 구하며 연기를 탄탄하게 다져갔다.

↑ 사진=곽혜미 기자

“지진희 선배가 되게 많이 도와주었다. 사실 대본을 보면서 확신이 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선배에게 물어보는 게 많았었다. 그럴 때마다 딱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그런 게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지진희 선배가 칭찬을 많이 해줘서 춤추게 만드는 게 있었다. 편하게 잘 대해주었다. 첫 리딩하고 나서는 걱정도 되고 떨기도 했었는데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씀해주었다. 그런 말들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손수현은 중학교 때부터 대학원 1학년까지 국악을 전공하다 현재 소속사 대표를 우연찮게 만나게 되면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온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자연스럽게 기회를 손에 쥐게 되면서 늦깎이 연기자가 됐다.

그래서 일까. 손수현은 누구보다 강한 연기 욕심을 품고 있었고, 책임감의 무게 역시 2배로 느끼고 있었다. 마냥 수줍어할 것만 같은 이미지와 다르게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으며 소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뒤늦게 시작했다는 게 있고,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책임감을 두 배로 느낀다. 나도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반대로 생각하면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등장한다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를 잘 안다.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열심히 할 거다.”

그의 굳은 다짐과 열정으로 배우 손수현만의 색깔을 구축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의 시선을 차가운 편이다. 손수현과 관련된 기사나 글에는 아직 부정적인 의견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손수현은 강직했다. 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택하는 인물이었다.

“나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댓글을 볼 때도 있다.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웃음) 댓글에 상처를 받는 편은 아니다. 물론 욱하는 말들이 있을 때가 있지만 일일이 대처할 수 없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넘긴다. 외모, 신체를 갖고 악플을 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연기 못한다’라는 댓글은 정말 싫다. 연기적인 부분은 내가 노력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는 건 연기자로서 싫은 일인 것 같다.”

↑ 사진=곽혜미 기자

올해 더욱 더 다양한 모습과 점점 발전되는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손수현.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손수현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차분하게 답을 이어가며 연기에 애착을 드러냈다.

“되게 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두에게 칭찬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신뢰 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정말 탐나고 꼭 그렇게 되고 싶다.(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