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쿡방’, 진부한 예능가 어떻게 살렸나[연예기자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단순히 잘 먹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요리하는 과정’부터 ‘먹방’까지 담은, 이른 바 ‘쿡(cook)방’의 전성시대다.
요즘 TV를 보면 음식을 만드는 출연자의 모습을 자주 접한다. 전문 셰프부터 ‘요리꾼’ 스타 혹은 ‘요리 초보’ 예능인까지 출연진은 다양하다. 이들은 요리 실력에 상관없이 능력껏 음식을 만들고 대화를 나눈다. 완성된 요리를 직접 맛보며 먹방까지 즐긴다.
이 같은 ‘쿡방’의 인기는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웰빙 등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사가 ‘요리’로 진화한 것. 친숙한 듯 신선하게 다가온 ‘쿡방’은 ‘소재 고갈’에 빠진 방송가를 한동안 주름잡을 전망이다.

사실 음식, 요리의 과정을 다룬 방송은 이전에도 많았다. 본격적인 ‘쿡방’의 열풍을 따져보면, 결국 ‘예능’과 만났을 때부터다. 그 시초로 평가받는 프로그램은 KBS2 ‘해피투게더-야간매점.’ 이는 출연 스타들이 자신만의 ‘야식 레시피’를 소개한 뒤 음식을 완성하고, 동료들과 함께 맛보며 경연까지 펼치는 코너다. 예능이라는 특성에 맞게 웃음과 정보의 수위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도 자연스러운 토크가 오고가 방영 내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호응을 얻기 시작한 ‘쿡방’은 저마다의 색깔을 내며 변신하기 시작한다. 변화의 잣대는 단연 출연진. 같은 ‘쿡방’이라도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웃음 포인트와 콘셉트, ‘정보와 예능’의 비율이 달라졌다.

올리브 TV의 ‘오늘 뭐먹지’의 경우 성시경과 신동엽이 출연한다. 시청자가 보내준 레시피, 혹은 요리 대가들의 비법을 전수 받는 점에서 시청자와의 ‘소통’ 지수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특히 ‘요리 초보’인 신동엽이 실수 연발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 방송 후 레시피들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놓는 등의 노력은 ‘소통의 창구’를 극대화 시킨다. 절친인 두 사람이 만드는 호흡은 마치 토크쇼를 보는 듯 색다른 ‘케미’를 만들어 기존 요리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준다.
색다른 경우도 있다. tvN ‘삼시세끼-어촌 편’은 프로인 듯 프로 아닌 차승원을 내세워 ‘차줌마’ 열풍을 형성,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답게 스튜디오가 아닌 자연을 배경으로 ‘쿡방’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경우다. 정해진 레시피나 전수자 없이 오롯이 출연진의 재량에 기댄 것. 예측불허의 묘미와 톱스타의 숨겨진 일상 모습, 주변을 둘러싼 자연경관과 천연 재료들이 하모니를 이뤄냈다.

가장 전형성을 띤 ‘쿡방’은 단연 ‘냉장고를 부탁해’. 전문성을 제대로 갖춘 ‘스타 셰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현석, 샘킴, 레이먼킴 등 스타 셰프들이 대거 출연해 이색 미션으로 경연을 펼친다. 틈틈이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입담과 MC 김성주 정형돈의 위트 넘치는 중계는 이 경연을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장난스럽지도 않다. 덕분에 실력과 예능을 모두 갖춘 이들의 활약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쾌속 질주 중이다.
스타 셰프들이 대거 탄생하다보니 역으로 그들을 활용한 기존 예능들의 변화도 쉽게 볼 수 있다. KBS ‘1박2일’, SBS ‘힐링캠프’, MBC ‘라디오스타’, SBS ‘정글의 법칙’ 등 지상파 3사의 굵직한 메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너도 나도 ‘세프 특집’을 마련해 저마다의 고유 색깔을 입혀 다양하게 활용 중인 것.
이처럼 ‘쿡방’은 다양한 채널, 다양한 방송을 통해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는 창구이자 실생활과 맞닿아 친숙하면서도 언제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방송계 최상급 ‘잇 템’인 셈이다.
당분간 이 같은 ‘쿡방’의 진화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다만 '쿡방'을 통해 노출되는 식재료, 맛집, 혹은 주방용품이나 일부 식품 전문업체 등의 과도한 PPL(간접광고)은 지양돼야하는 부분. 불필요한 논란이 양산되지 않도록 제작진과 관련 업페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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