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4월 16일(16:4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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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턴자산운용과 지분경쟁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판단한 걸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회사 지분 일부를 장학재단에 기증했다. 그동안 정 회장은 낮은 지분율 때문에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어 지분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당분간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고서 ‘통큰' 기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5일 정몽규 회장이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 20만주(0.27%)를 포니정재단에 기부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이는 기부 당일 종가 기준 123억원 어치 물량이다. 이로써 정몽규 회장 측 지분율은 기존 18.83%에서 18.56%로 하락했다.
시장에선 이번 기부가 그동안 경영권 위협에 노출됐던 정 회장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기부 이후 정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3.36%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합해도 19%를 밑돈다.
이런 낮은 지분율 탓에 정 회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과 지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템플턴은 2010년 7월 처음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에 오르며 정 회장 측을 위협했다. 당시 템플턴 측 지분율은 18%, 정 회장 측은 13%대로 지분격차가 상당했다. 물론 템플턴은 경영권 인수가 목적이 아닌 단순 자산운용사라 실제 경영권을 위협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정 회장의 지분이 얼마나 취약한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시장 우려로 정 회장은 지분 매집에 착수했고, 2년여만인 2012년 7월 지분 18.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템플턴과 격차는 0.0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후 템플턴에서 곧바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정 회장 측과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한동안 연출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템플턴에서 꾸준히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분율은 계속 하락했다. 현재 템플턴의 지분율은 12.49%로, 당장 정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기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회장이 통큰 기부를 한 포니정재단은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설립된 복지재단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끈 개척자로 꼽힌다. 정세영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pony)'도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1호 자동차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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