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걸어 내보낼 바에 차라리 맞아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김기태 감독 취임 후 ‘4사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투수진에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독려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 넣어줬다.
효과는 보이나 싶었다. 시즌 초반 6연승을 하면서 허용한 4사구는 20개. 고의4구는 단 1개도 없었다. 지난 3일 kt 위즈와 첫 대결에서만 4사구 5개를 넘겼을 뿐이다. 경기당 평균 4사구가 4개가 안 됐으니 분명 눈에 띄었다.
↑ KIA의 최영필이 16일 잠실 LG전에서 6회 2사 만루에서 정의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침통해 하고 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볼넷만 무려 13개였다. 역대 1경기 팀 최다 볼넷 2위다. 1위 두산 베어스에 1개 모자라다. 그러나 두산은 지난 2008년 9월 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9이닝이 아닌 18이닝 동안 볼넷 14개를 내줬다. 사실상 KIA가 정규이닝 최다 볼넷 1위의 불명예인 셈이다.
이날 KIA의 선발투수는 임기준이었다. 지난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사구 4개 포함 4사구 10개를 범했던 그다. ‘그나마’ 8일 만의 등판에서 볼넷 4개로 나름 줄였다. 임기준 외 홍건희(3개), 임준섭(2개), 심동섭(3개), 최영필(사구 1개), 문경찬(1개) 등 누구도 4사구 악몽서 피해갈 수 없었다. 이길 수 없는, 안 되는 경기였다.
일시적인 흔들림일까. 그렇지는 않다. 6연승 행진이 끊겼던 NC와 3연전부터 이상징후를 보였다. KIA는 지난 7일 NC전 이후 최근 8경기에서 4사구 55개(경기당 평균 6.9개)를 기록했다. 앞서 6경기에서는 20개(경기당 평균 3.3개)였다. 경기당 평균 4사구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나마 대구 3연전의 마지막이었던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사구 2개만 해, 더 크게 오르지 않았을 따름이다. 이 경기를 제외하고는 4사구를 매 경기 5개 이상 내줬다. 초반 흐름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KIA 마운드가 위태로운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물론, 피홈런 개수가 부쩍 늘기도 했으며, 집중타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 피안타만큼 4사구를 남발하고 있는 KIA다. 요즘 피안타와 4사구 비율이 큰 차이가 없다. 또 다른 자멸이다.
KIA는 17일 현재 4사구 75개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정’이 많은 팀은 아니다. kt가 92개(볼넷 86개)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IA는 LG와 함께 공동 4위다. 그러나 LG는 KIA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더욱이 최근 볼넷 남발 속에 안 올려도 되는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쭉쭉 치고 올라가고 있다.
↑ KIA는 16일 잠실 LG전에서 볼넷 13개, 사구 1개로 총 14개의 4사구를 남발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KIA의 2015 KBO리그 시리즈별 4사구 기록
3.28~29 LG 2경기 7볼넷
4.1 SK 1경기 3볼넷
4.3~5 kt 3경기 9볼넷 1사구
4.7~9 NC 3경기 14볼넷 6사구
4.10~12 삼성 3경기 15볼넷 1사구
4.15~16 LG 2경기 18볼넷 1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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