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다 3년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귀농한 50대. 다른 경제활동 없이 과수 재배에만 전념하면서, 향후 농산물 가공이나 판매업으로 사업활로를 더 키우고 싶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당장은 여윳돈이 부족하고, 영농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는 탓에 “나의 귀농은 성공했다”고 장담하지 못하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갈 뜻은 추호도 없다. 지금보다 여건이 좋아지면 저소득층을 돕고 봉사활동을 하며 사는 전원생활을 꿈꾼다.’
작년에만 4만 가구 넘게 귀농·귀촌한 한국인의 표본이다.
“준비 없는 귀농은 필패”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귀농인들은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었고, 아직 성공을 자평하지는 못했지만 역(逆)귀농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농촌진흥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은 전국 농촌에 거주하는 귀농·귀촌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농·귀촌인 정착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처럼 대규모로 귀농·귀촌인의 정착 현황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기관은 향후 2018년까지 매년 귀농·귀촌인 반복 조사를 실시해 시간 흐름에 따른 실태를 추적할 계획이다.
조사에 따르면, 귀농 준비기간은 3년 이상(21.4%)이 가장 많았고 2~3년은 14.1%, 1~2년은 19.7%였다. 귀농·귀촌 전의 직업은 자영업자(25.8%)로 1순위를 차지했고, 사무직(18.3%)과 행정·경영 관리자(11.7%)가 뒤를 이었다.
가족들과 농촌으로 이사를 한 최대 이유는 조용한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31.4%)가 압도적이었다.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꼈거나(24.8%) 은퇴 후 여가생활을 위해(24.3%) 농촌을 찾았다는 응답도 잇따랐다.
주요 경제활동으로는 농업에만 전념한다(40.2%)는 이들이 상당수였고 다른 경제활동까지 겸업(35.8%)을 하기도 햇다. 판매액이 가장 많은 주력 품목은 과수(34.7%)였고 채소나 화훼(16.9%), 쌀 등 식량작물(16.3%), 특용 작물이나 버섯(15.2%) 등이었다.
귀농·귀촌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매우 성공적(7.2%)이거나 성공적인 편(38.2%)라고 응답한 비율의 합계는 45.4%로 절반에 가까웠고, 아직 모르겠다(49.6%)는 유보적 입장도 절반에 달했다. 반면 매우 실패한 편(1.0%)이거나 실패한 편(4.1%)라는 응답은 5% 남짓이었다.
귀농생활의 어려움을 묻는 질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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