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국장은 6일 브리핑에서 "임대차 관계 안정화 대책 일환으로 표준 임대료 산정과 공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며 "내년에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표준 임대료 산정과 공시제도 도입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공약 중 하나"라며 "용역 결과와 전문가 자문, 내부 검토 등을 거쳐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준 임대료 도입은 박 시장의 60대 주요 선거공약 중 34번째 항목에 올라 있지만 어떻게 산출해서 공표할지 세부 내용은 없다. 다만 공약집에는 임대인이 표준 임대료를 준수할 경우 임대차 관리를 시나 SH공사에서 대행해 줄 수 있다고 짧게 언급돼 있을 뿐이다.
서울시가 전·월세 표준 임대료 카드까지 꺼내든 까닭은 전세금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세금은 2월보다 0.6% 올라 전국 평균(0.46%)을 크게 웃돌며 전세금 상승세를 주도했다. 월세 전환도 빠르게 늘어 서울시민 중 소득하위 20% 미만 가구는 월급 중 평균 33%를 월세로 내고 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0% 이하로 관리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계 소득 중 월세 비중이 늘면 의료, 식료품 등 소비 지출이 줄어 내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표준 임대료 제도를 섣불리 도입할 경우 임대차 시장 불안만 더 키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표준 임대료와 유사한 개념인 영국의 공정 임대료는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로 주거급여(바우처) 산정 기준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독일의 비교 임대료는 임대인·임차인 단체 등이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물로 우리 실정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장 조사관은 "서울시는 정보 제공 차원이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임대료 규제로 인식할 수 있어 오히려 민간 임대 시장을 위축시켜 전·월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표준 임대료 공시로 전세금 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전세의 월세 전환만 가속화해 서민 가계에 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라며 "표준 임대료는 바우처 지급 기준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라도 동, 층, 향 등에 따라 전세금과 월세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 임대료 산출 자체가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건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기본 2년으로 돼 있는 임대차 계약 기간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년 더 보장해 주자는 구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안과 같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세입자에게 보장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취임 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가격을 미리 올릴 수도 있고 한꺼번에 많이 올려서 단기적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임대차보호법 개정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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