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전격 인하하면서 가장 먼저 채권시장이 반응했다. 증권시장은 금리인하라는 호재에도 전일보다 10.24포인트(0.52%) 내린 1970.59에 마감해 허탈함을 안겼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네마녀의 날)에 나온 프로그램 매물 폭탄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심이 증시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시장 금리는 일제히 요동쳤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물 금리는 1.894%로 마감해 전일 대비 0.013%포인트(1.3bp) 하락했다. 금리인하 소식이 발표된 직후 투자자들의 ’사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3년물 금리는 1.840% 아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5년물 이상 장기물 금리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오름세로 전환했다.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0%포인트 상승한 2.018%를 기록했다.10년물 금리는 0.019%포인트 오른 2.335%로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채권 가격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시장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는 4~5월까지 금리가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것.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전략실장은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여론)이 형성되면서 3년물 금리는 1.7%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시장은 금리인하 소식에 장 초반 1988선까지 올랐다가 장 막판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로 지수가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주가지수선물·주가지수옵션·개별주식선물·개별주식옵션 등 동시 만기일인 이날 프로그램 매물이 5600억원어치가 쏟아졌다. 꾸준히 순매수해온 외국인투자자들도 1000억원이상 팔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첫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하락폭이 생각보다 컸다”며 “시장은 국내 금리인하보다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관심이 크게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정책을 확인하기 전까지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하 소식은 증시에 좋은 뉴스이지만 지금 시장은 기업실적과 미국 조기금리인상 여부로 인한 환율 움직임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더 받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병득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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