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1일(18:2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KT렌탈 인수전이 입찰기한과 무관하게 인수후보간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흘러갈 조짐이 보이면서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렌탈 인수경쟁 과열로 인수가가 상승하면 인수자 측면에서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하면 결국 KT렌탈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KT렌탈의 성장성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매각주간사인 크레딧스위스(CS)는 2일 오전 황창규 KT 회장에게 매각 중간 보고를 할 예정이다. CS는 이 자리에서 KT렌탈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수후보간 가격 제시 격차가 크지 않자 추가 매각 흥행을 노려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인수후보 관계자는 "KT렌탈이 가지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인수자의 재무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 베팅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력 인수후보인 SK네트웍스는 최근 해외자원부문 매각 등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수행해오며 지난 2013년 5918억원이라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로 간신히 돌아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담감으로 SK네트웍스 주가는 지난달 21일 1년래 최저인 7530원까지 추락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KT렌탈 인수 기대감으로 주가가 지난달 30일 9410원을 기록하며 저점 대비 25%나 반등한 상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KT렌탈 인수가가 과하게 올라갈 경우 '승자의 저주' 논란이 일며 SK네트웍스 주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후보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 이외 사모투자펀드(PEF)의 경우 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PEF의 본질이 기업을 인수한뒤 보다 비싼가격에 재매각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승자의 저주' 우려는 역으로 KT렌탈 장기성장에 악영향은 물론 매각주체인 KT의 평판 저하 위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인수비용은 금융비용 상승으로 귀결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KT렌탈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렌탈의 구조조정은 결국 KT렌탈 노동조합 등의 반발하게 되고 이에 따른 비난이 부메랑처럼 KT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각주간사인 CS가 자문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호가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원 가까운 매각가가 거론되는 KT렌탈 매각자문을 맡으며 CS가 받는 수수료는 불과 1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B들이 통상 받는 매각자문 수수료 대비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CS는 매각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CS는 KT렌탈 최소 매각가는 9000억원~9500억원 수준으로 호가를 올리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