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첫 방송 전에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프로그램들이 유난히 많아졌다.
작년 12월 초 터키 출신의 방송인 에네스 카야는 채널CGV ‘로케이션 인 아메리카’(이하 ‘로케이션’) 첫 방송 3일 전에 총각 행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물의를 일으켰고,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이하 ‘내반반’)은 첫 대본 리딩 전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배우 김수로, 김정은이 돌연 하차를 밝혔다.
우여곡절이 많은 이 프로그램들은 결국 비운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로케이션’은 에네스 카야가 통편집됐지만, 애초 에네스 카야와 배우 김지석의 싸움과 화해가 주요 스토리였던 만큼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내반반’ 또한 곧바로 배우 배수빈, 장신영을 캐스팅하고 촬영에 돌입했지만 첫 방송 결과는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 사진=삼시세끼 어촌편 방송 캡처 |
이처럼 첫 방송 전에 출연진들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들은 으레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곤 한다.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를 편집하다 보니 스토리도 엉성해지고, 여러 차례 주연 배우가 바뀐 드라마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에 ‘어딘가가 문제가 있어 배우들이 고사하는 드라마’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첫 방송 전 사고 징크스’를 깬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출연진이 배우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으로 확정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첫 방송 되기 불과 며칠 전, 장근석의 탈세 논란에 관련된 보도들이 이어졌고 장근석은 이에 적극 해명을 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이미 냉담해진 후였다. 이에 ‘삼시세끼-어촌 편’ 제작진은 긴급 회의에 들어갔고, 결국 첫 방송 하루 전에 장근석 측과 논의 끝에 하차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차와 함께 통편집도 함께 선언된 것.
이미 촬영분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단 세 명의 출연진이 꾸려내는 이야기에서 장근석을 통편집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편집이 이뤄지더라도 매끄러운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많은 애청자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23일 재편집을 위해 일주일이나 미뤄진 ‘삼시세끼-어촌편’의 첫 방송은 예상 외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이끌었다.
제작진은 단순히 장근석의 편집만 한 것이 아니라, ‘삼형제’에서 차승원-유해진의 케미를 살린 ‘노부부’로 프로그램의 콘셉트 자체를 바꿨고, 이에 맞는 재편집이 이뤄졌다. 비록 스토리의 흐름이 평소보다 빨라졌지만, 장근석 합류를 몰랐던 시청자들이 보면 처음부터 차승원-유해진만 촬영에 임한 줄 알 정도로 장근석은 완벽하게 편집됐다.
시청자들은 제대로 된 케미를 보여준 차승원-유해진에 열광했고, 적재적소로 쓰인 음악과 자막이 재미를 살린 ‘삼시세끼-어촌편’의 연출에 박수를 보냈다. 첫 방송 전에 큰 변동을 겪었지만 ‘삼시세끼-어촌편’의 나영석 PD는 빠른 후속 조치를 통해 오히려 위기 관리 능력까지 인정받게 됐다.
↑ 사진제공=MBC |
드라마 쪽에서는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가 있다. ‘킬미힐미’는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7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남자주인공 차도현은 7개 인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연기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다.
그런 만큼 캐스팅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이승기부터 현빈까지 남자 배우들의 연이은 거절이 이어졌다. 게다가 현빈은 유력하다는 기사가 났지만, 제작사와 소속사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주인공에도 임지연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났지만 결국 불발로 이어졌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드라마는 막판에 배우 지성과 황정음이 주연으로 확정되면서 이들이 드라마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눈길을 모았다.
드라마는 예상을 깨고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성은 7개의 인격의 특징을 제대로 소화했고, 황정음은 간만에 깨방정 넘치는 오리진 역할로 발랄함을 뽐내 코믹 요소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이들의 호연과 쫀쫀한 전개로 ‘킬미힐미’는 많은 애청자를 거느리게 됐다.
첫 방송 전의 난항들이 작품의 전반적인 성적을 암시한다는 징크스를 보란 듯이 이겨낸 작품들이 속출하면서 다른 요소들보다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시청률을 좌우한다는 정설이 입증되고 있다. 이에 배우 김희애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루머와 캐스팅 불발로 한 차례 난항을 겪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나 가수 이수의 합류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의 성적도 징크스를 깨고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