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20일(11:4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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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회사들이 올해 대규모 신용등급 하락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신용평가가 한진해운(BBB-급)과 현대상선(BB급)에 대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수익성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 해운 시장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불리한 국면이 됐다"며 "기업체질(펀더멘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평사들은 지난해 업황이 부진한 대부분 업종 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한신평은 특히 해운업종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기평과 나이스신평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각각 'BBB급'과 'BB+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해 말 두 회사 신용등급을 1단계씩 추가로 내려 각각 BBB-급과 BB급을 줬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해운업계 공급과잉 구조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동맹(얼라이언스) 형태로 동서항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수익력 개선은 어려워졌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Maersk)는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선박을 도입해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규모의 경제'로 화물영업력을 확대해 불리한 영업환경 속에서도 2012년 이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3분기 누적)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5.9%와 8.6%를 보였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익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영업이익률이 -3.7%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흑자전환했지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이 1.4%에 그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2년 이후부터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이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머스크가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비교해 큰 폭의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3분기까지 수송량 단위 원가를 비교해보면 머스크가 34% 감소했으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14%와 15% 감소하는 데 크쳤다.
앞으로 원가 경쟁력에 따른 수익성 차이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머스크 등 상위 선사는 안정적인 재무구조 덕에 연비가 좋은 친환경 선박(Triple E)과 대형 선박 투자를 진행해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꾀하고 있지만 국내 해운회사들은 단기 유동성 확보조차 어려울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사간 '해운동맹'이 동서노선(태평양 노선과 아시아-유럽 노선)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반갑지 않은 변화다. 동서 노선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주력 항로다.
종합적으로 보면 두 회사는 장기적인 영업 경쟁력을 지키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한신평은 현재 상태로라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신용등급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혁진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이행하고 있지만 당분간 국제 해운 시황에 의존한 수익구조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가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겠지만 부진한 수익성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의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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