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보유한 유가증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당장 새누리당은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개정안을 발의한 이종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시가평가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보험회사가 삼성생명밖에 없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최근 추진 중인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논란의 시작은 이렇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정 유가증권에 총자산의 3% 이상을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는데 분모인 총자산에 들어가는 유가증권은 시가로 평가되는 반면, 분자가 되는 유가증권은 취득원가로 계산하게 돼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유가증권을 취득할 때보다 시가가 오르면 실제 유가증권이 총자산에서 3%를 초과해도 분자는 취득원가 그대로 계산되기 때문에 3% 이내로 보유한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다. 개정안은 현재 보유한 유가증권을 시가로 계산해 현재 시점에서 자산운용비율 한도 제한을 지키고 있는지 정확히 따져보자는 의미다.
이종걸 의원 측은 “은행이나 증권, 저축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은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모두 시가평가 방식을 적용하는데, 유독 보험회사만 취득원가로 산정해 자산운용비율 한도 제한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처럼 분모와 분자를 모두 시가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이런 내용을 반영했다.
문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삼성생명의 보험사 자산운용비율을 계산할 때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원가를 적용했기 때문에 ‘총자산의 3%’ 룰을 어기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를 적용하게 되면 ‘3% 룰’을 맞추기 위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생명을 축으로 출자전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삼성생명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만들어놓은 현행 보험업법은 사실 일본 보험업법과 똑같다. 일본과 동일하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대부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5% 룰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 뉴욕주의 주식 관련 자산운용 규제를 보면 취득단계에서 평가하는 원가가 당시로서는 시가이기 때문에 취득원가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유가증권은 대부분 1990년대에 매입한 것으로 경제 성장에 따라 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보험자산은 다른 업권과 달리 상품 특성상 2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게 되면 시가 변동에 따라 규제에 맞춰 사고팔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김 의원은 27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안을 정무위에서 논의할 수는 있지만, 처리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이뤄진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현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6%를, 삼성전자는 다시 삼
[송성훈 기자 / 배미정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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