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은 지난 여름 출연 요청을 받았다. 일반 상업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닌 내레이션 참여 요청이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 안정적인 내레이션을 선보인 그에게 특별 출연과 내래이션 요청은 꽤 있다. 정중히 거절해야 할 정도로 그 양이 좀 많다.
6일 개봉한 아이들의 즐거운 꿈 찾기 프로젝트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젝트 실패와 중단의 위기도 겪고 세상에 빛을 보는 데까지 취재기간만 6년이 걸린 작품. 임유철 감독과 제작진은 김남길이 작은 영화와 의미 있는 영화에 재능기부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했다.
하지만 김남길의 소속사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거절했다. “너희는 누구냐?”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다양하게, 이상한 이들이 스타의 이름에 기대 말도 안 되는 것에 도와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임유철 감독은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첫 번째는 실패. 몇 차례의 과정이 이어져야 했다. 다행히 ‘한공주’, ‘마녀’ 등 괜찮은 다양성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CGV아트하우스(당시 무비꼴라쥬) 측이 적극적으로 어필에 나섰다. 이에 김남길 측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내레이션이 담길 수 있었다. 물론 김남길은 좋은 일이라며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까 영화를 보고 관객이 더 웃고 감동할 수 있지만, 김남길의 손에 영화가 들어왔을 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 영화가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 케이프 관객상을 받았을 때, 김남길의 내레이션은 없었다. 상은 받았지만, 영화를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부족했다.
임 감독은 “김남길씨가 설명도 해주고 이야기를 풀어주니 블라인드 시사 등에서 반응이 좋더라”고 좋아했다. 사실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들은 “이 애가 그 애 같다”고 할 수밖에 없다. 관객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게 해주는 역할을 김남길이 해냈다.
사실 김남길은 평소 촬영장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즐길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많다. 축구선수 및 연예인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뛰기도 한다. 또 ‘누구에게나 찬란한’ 촬영을 위해 6년간 취재한 임유철 감독만큼 유소년 축구단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뭐가 잘못됐는지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좋은 의미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는 칭찬이 되지 않는다. 그의 내레이션은 진정성 있고,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한다. 또 제작비도 많지 않아 경기중에 들렸던 현장음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남길은 또렷하게 이야기를 전달, 영화를 즐기게 만드는 역할을 온전히 해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축구선수를 꿈꾸며 똘똘 뭉친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희망FC와 그들을 이끄는 유소년 축구계의 히딩크 김태근 감독의 6년간의 여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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